두 개의 사과

By | 2013년 2월 24일

주일 아침도 우리집은 분주하다.

아내는 주일학교 고등부 교사여서 나보다 일찍 나가야 한다. 요즈음 피로가 쌓여 육체적으로은 힘든 상황이다. 아내가 서둘러 나가며 “미안한데, 빵 구워서 드세요. 그리고 잊지 말고 꼭 사과 깎아서 드세요. 오늘은 토마토 쥬스 못만들었어요. 쏘리!”라고 말한다.

토스트를 두 개 구워서 딸기잼과 함께 맛있게 먹은 후, 식탁에 있는 오렌지를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과를 깍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주방 옆 다용도실에서 사과하나를 꺼내서 씻은 후 물을 빼려고 싱크대 위에 올리는 순간 이미 씻어놓은 사과를 보았다. 아내가 이미 씻어놓고 간 것이다. 그래서 깍아 먹으라고 말을 한 것이다.

따라서 싱크대 위에 두 개의 사과가 올려져 있는 것이다.

아내는 늘 이렇다. 준비를 철저하게 해놓는다. 가끔 물어본다. 그렇게 철저하게 하려면 피곤하지 않냐?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라고 한다. 아마도 몸에 베어 있는 듯 하다. 문제는 그게 젊어서 부터 그랬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깜빡 잊는 법이 없다. 그게 자신에게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라는 생각을 안하는 듯 하다.

단순한 사과 이야기가 아니다. 매사에 늘 그렇다. 남편으로선 정말 편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때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아무튼 주일 아침 교회를 걸어가면서 아내를 생각하며 빙그레 웃어보았다.

내 휴대폰에 저장된 아내의 이름은 “참 하나님의 사람 Jinny Kim”이다.

싱크대위에 올려진 두 개의 사과. 오른쪽 사과가 아내가 씻어놓은 것이다.

아내가 씻어 놓은 사과를 깍아 절반을 먹었다.

 

2 thoughts on “두 개의 사과

  1. 모네81

    아내분의 몸에 배인 배려에 대한 조그만 화답으로 씻어 놓은 사과를 깎아 밀폐용기에 넣어두시는 센스는 어떨런지요? 그리고 선생님의 인정을 담뿍 받으시는 아내분이 진정한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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