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는 인터넷에 “미국엄마 vs 한국엄마”라는 제목의 글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글 가장 아래에 첨부를 했습니다). 서양엄마들과 한국의 엄마들의 교육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 대한 실험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한국의 엄마들은 비교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시한다”라는 결론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성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그것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수십년간 이루어온 경제발전과 맞아 떨어짐으로서 “사랑하는 자신의 자녀들을 공부라는 굴레에 밀어넣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글을 보면서 2003년에 있었던 일들이 불현듯 내 머릿속을 채웠습니다.
2003년 9월 초 우리 가족은 2년간 살았던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를 떠나 한국에 되돌아 왔습니다. 두 아들은 6학년과 5학년에 재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을에 학교에서 축제가 있었습니다. 큰 아이는 친구들과 허수아비를 만든다고 안입는 옷들과 빵모자 등, 몇가지를 챙켜 가지고 갔습니다. 둘째는 자신이 만든 도자기를 출품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도자기는 2002년 겨울에 핼리팩스에서 “Pottery Academy”에 다니면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축제날이 다가오자 둘째는 자신의 도자기를 출품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만들어오는 것들과 너무 비교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축제 당일에 허수아비를 만들고 있는 큰 아들이었습니다. 대학에서 부랴부랴 서둘러 아이들 학교에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큰 아들을 만났습니다. “잘 만들고 있어? 사진 찍어두자”라고 말했는데, 아들이 자꾸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이다. “왜?”라고 묻는 내게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는다. 아예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이 만든 허수아비를 보았습니다. 그 옆에 있는 다른 허수아비들 보다 키가 훨씬 작고 얼굴도 가장 못생겼습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허수아비였습니다. 그 옆에 있는 허수아비들은 일단 키가 크고 얼굴도 빵빵하게 만들어져 있고, 이목구비도 뚜렷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서 만들고 있는 엄마들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손대지 않고 엄마들이 다 만들고 있었습니다. 큰 아들 팀만 (남자아이들로만 구성된) 자신들이 만들었던 것입니다. 어른들이 만든 것과 아이들이 만든 것은 확연하게 차이를 보였습니다.
끝내 아들이 반대했기에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은 제가 사진을 찍지 않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할 것입니다만, 당시 사진이 제게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그 사건은 제게 “자녀교육”에 대한 한국의 엄마들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볼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 일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시 저는 아들에게 “너희들이 직접 만든 허수아비는 어른들이 만든 것 보다는 못하지만 난 너희들이 자랑스럽다”라고 몇번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둘째 아들이 캐나다에서 만든 도자기 세 점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간직할 것입니다. 아들에게도 소중한 기록이고 역사이며, 내게도 소중한 역사이며 기록입니다.
캐나다에서 만들었던 과정의 영상과 사진, 그리고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도자기 세 점의 사진을 여기에 올려 봅니다. 그리고 가장 아랫쪽에 있는 사진과 글이 인터넷에 돌고 있는 “미국엄마 vs 한국엄마”의 글입니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미국엄마 vs 한국엄마”라는 글을 캡쳐해서 가져옵니다.
저도 한국엄마의 범주에서 예외가 아닌 듯 하여 반성합니다. 물론 제 교육철학이 성숙하지 못한 부분도 있겠으나 저의 지난날 학창시절 교육과정에서 내면화되어 뼈속 깊이 각인된 비교의식을 떨쳐내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아이 스스로가 가장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낄수 있는 것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낍니다.
모네81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어디로 숨고 싶은 심정이네요.
간혹 글을 쓰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거 내 스스로를 너무 미화하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인생들이 오십보백보인데…..’라는 생각을요.
아무튼 늘 찾아와주시고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7월초엔 이런 이야기를 하러 대전에 갑니다.
아직까지 강연의 컨셉을 정확하게 잡지는 못했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게 제 스타일이기 때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