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와 상지의 시험을 치른 의전원생들에게

By | 2013년 4월 27일

1, 2주전 토요일에 치러진 하지(다리, lower limb)와 상지(팔, upper limb) 시험점수가 모두 공개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해주어서 가르치는 교수로서 고마움을 느낀다. 다만, 하위권에 있는 학생들이 심적부담을 갖게 되었다. 나름대로 의전원입시과정을 통해 선택된(또는 필터링된)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학습의 결과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전원에 입학하면 누구나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상했던대로 나중에 본 상지의 최하점수는 하지에 비하여 더 올라갔다. 앞으로 의전원의 평가 시스템에 적응하게 되면 더 나은 결과들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다만, 10% 정도의 학생들은 결과에 대하여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학생들은 면담을 통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긴 하지만, 학습에 대한 태도만큼은 자신의 몫이기 때문에 교수로서 도와주는데 한계가 있다.

몇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는, 아무리 필터링되어서 의전원에 들어온 학생들이라고 할지라도 개인 역량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이것은 열심히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먼저 수업시간에 이해하는 능력의 차이이다. 학습에서 수업시간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는 것은 축복이다. 물론 이것은 집중력이나 학습에 대한 긍정적 태도도 한 몫을 하겠지만, 수업시간에 쏟아지는 새로운 용어들을 빨리 이해하고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는 역량의 차이는 학습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둘쨰로, 절대적 학습시간의 확보의 문제이다. 의전원에서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은 결국 누가 오랫동안 공부하느냐에 달려있다. 엉덩이가 무거운 학생이 공부를 잘 할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규수업이 계속되는 평일 낮시간은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정해진 시간이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저녁시간이 자신에게 주어지는데 이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말시간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집이 서울인 학생들의 경우 서울에 다녀오는 시간마져도 아껴야 한다. 그 시간에 기숙사에 쉬면서 공부할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특히 토요일 오전에 시험이 있는 날이 많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는 충분히 쉬어주고 (금요일에 한 숨도 자지 못했을 것이니까) 저녁부터는 공부할 것들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주일 오전엔 교회나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학생들은 거룩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오후부터 공부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특히 수업시간에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 또한 의대에서 말하는 “야마” 표시도 이 때 해야 한다.

평일의 절대적 학습시간의 확보에서 중요한 것은 “동아리모임”와 “동문모임”에 대한 절제이다. 이런 모임을 가지 마라는 말이 아니다. 적당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런 모임은 시간을 많이 빼앗길 뿐만 아니라 학습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선후배간의 관계나 동기사이의 관계도 중요한 부분이긴하다. 그러나 그러한 모임 이후에 받을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을 한다면 절제할 필요가 있다. 어떤 학생은 그런 모임 이후에도 다시 도서관이나 강의실에서 공부가 가능하지만, 체력적으로 약한 학생들은 바로 가서 잠을 자야 한다. 그 다음날 아침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특히 1학기 매주 수요일에 있는 “해부실습”은 애매한 요일에 배정되어 있다. 따라서 해부실습 이후에 토요일에 있을 시험 준비를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목요일과 금요일 2일 정도 준비하고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일요일 오후부터는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충분한 학습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의 학습시간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은 하루하루의 시간들을 잘 활용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째로, 늘 자신이 왜 지금 의학공부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의학은 알지 못해도 되는 분야는 없다. 배우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다른 학문과 다른 점이다. 그저 70점을 넘기만 하면 되는 학문이 아니다. 그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물론 학습능력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은 배우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할 의무가 의학도들에게 주어진 셈이다. 따라서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학습태도를 가져야 한다. 꿈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얄팍한 생각도 허락되지 않는다. 비겁한 마음은 더욱 더 배제되어야 한다. 몸이 피곤하고 힘들면 사람은 간사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의사가 되려는 원래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된다.

네째로, 앞에 놓인 해부학 공부도 중요하지만 생리학과 생화확, 그리고 환자의사사회(PDS)도 중요하다. 균형있게 잘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1학기에는 해부학(조직학과 신경해부학을 포함하는)이 많은 학습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은 의학전체에 대한 균형있는 학습이 중요하다.

하위 10% 안에 있는 학생들은 유급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목적은 “유급하지 않는 것”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기초인 지금부터 “유급걱정”이 시작되었다고 보여진다. 절대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치러진 시험은 극히 일부이다. 물론 그 일부분의 결과를 통해 나머지 부분도 예측할 수 있겠지만, 그 예측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 한다면 결과는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다. 왜냐면 다들 어느정도의 역량을 갖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능력의 차이는 미비하다. 다만, 자신이 얼마나 학습시간을 확보하느냐, 그 학습시간을 잘 활용하느냐, 그리고 학습을 얼마나 능률적으로 하느냐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건강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수업시간 때 마다 강조하고 있지만, 스스로 체력관리를 잘 해야 한다. 몸이 아프면 학습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적는 이유는 간단하다. 결과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이다.

2 thoughts on “하지와 상지의 시험을 치른 의전원생들에게

  1. 유연석

    교수님 안녕하세요.
    항상 저희를 위해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요즘 2학년 수업을 들으면서 1학년 과목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어요..ㅠㅠ
    특히 해부학 생리학에서 배운 내용들이 너무너무 중요한 것같아요..ㅠ
    오늘 심혈관 수업을 들으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흑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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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시간이 지나면 아쉬운 시간이고…
      또 현재를 위한 중요한 시간들이었음에도..
      인간은..늘 당시 상황에서의 어려움이나 힘든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

      2학년 과정이 아마도 의사로서 살아갈 때…
      가장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시간이 아닐까?

      열심히 달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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