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학과장으로 157분의 교수님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모시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정말 다양한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전체적으로 참 괜찮은 집단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의과대학교수가 되는 길은 다른 대학 교수들 보다 더 쉽다고 생각됩니다. 교수되기는 쉽지만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느 교수들이나 비슷할 것 같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교수로 대학에 남을 것인가? 아닌가?하는 갈등과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 다른 학과의 교수들과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의사의 길은 꼭 교수가 아니더라도 개업의 길이라는 유혹(? 저의 시각입니다만)이 있으니까요. 물론 저 처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기초의학교실에 남아서 석박사 과정을 거친 후에 교수가 되는 기초의학교수들은 이런 유혹들이 거의 없습니다. 불가능하겠지요. 물론 간혹 기초의학을 때려치우고 나가서 일반의로 개업을 하거나 다시 수련과정을 거처 임상의로의 길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기초의학교수들의 숙명적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학과장을 해 보면서 (물론 그 전에 기초주임교수로 집행부에서 일을 한 적이 있지만) 다양한 교수님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에서 많은 분들이 학교일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하시고, 도와주십니다. 학교일을 하는 제 입장에서야 도와주시는 분들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매우 적극적이고 호의를 가지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저 개인에게 호의를 베푸시는 것이 아닌 학교의 발전을 위해 바쁜 시간들을 내어 주시는 모습에 늘 감동을 받곤 합니다.
사실 임상교수님들의 경우는 진료와 연구, 교육이라는 바쁜 일정을 보냅니다. 특히 병원의 시스템이 인센티브 형태로 바뀐 이후에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 강화된 승진규정 등은 젊은 임상교수님들의 심리적 압박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기초주임을 할 당시에 본부와의 승진규정 협상에서 임상교수님들의 특수성 감안에 대한 건의는 무참히(?) 묵살이 되었습니다. 각 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획일적인 규정 적용의 모순점에 대한 건의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도 대부분의 교수님들의 학교일에 대한 참여는 타대학들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이런 열정은 학생지도에서도 나타납니다. 사실 제가 해야 할 업무 중 하나가 학기 초에 지도교수 선정입니다. 이 일에 많은 교수님들께서 관심을 같고 연락을 주십니다. 학생배정을 받지 못한 교수님들은 상당히 아쉬워 하십니다. 각 학년당 1명 정도의 학생을 배정할 수도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교수 1인당 3명 정도의 학생을 배정 받습니다. 그러나 보니 신입생을 배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진료와 연구, 교육이외에 이런 여러가지 일들이 의과대학 교수들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학교 다닐 때 대부분 모범생으로 학교를 다닌 탓에 그런 삶은 몸에 베어있는 듯 합니다. (사실 학교 다닐 때 어영부영 다닌 학생이 의대 교수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적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