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들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여러가지 소제목들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기 때문에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대학입시에 꿰맞추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아이들의 성장과 관련된 여러 테마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던 소제목들 중 한가지가 “레고와 퍼즐”입니다. 이미 [주찬 vs 주원] ③ 끈기의 주원에서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는 내용과 유사합니다.
캐나다에서 살 때 월마트에서 파는 퍼즐 중 가격이 좀 싼 것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것들을(박스안에 있는 퍼즐의 사진의 색깔이 약간 바랬거나 박스 자체가 좀 더러워진 것들) 구입해서 퍼즐 맞추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퍼즐도 레고마추기와 마찬가지로 일단 끈기를 요구합니다. 문제는 레고는 맞추면서 나름대로 창작을 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중간에 변화를 줄 수도 있어 도중에 전체적인 모양 뿐만 아니라 크기까지 재조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퍼즐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지루한 싸움(?)을 계속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끈기(끈기보다 오기에 가까운)만이 마지막까지 맞출 수가 있습니다.
저희 집 거실에 퍼즐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가족 사진이 걸려야 하는 자리에 밀레(장 후랑소아 밀레, Jean Francais Millet 1814-75)의 “이삭 줍는 여인들”(The Gleaners)의 퍼즐이 걸려 있습니다. 아마도 3년은 된 듯 합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니면 고등학교 1학년 때 쯤 맞추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제가 밀레의 그림을 좋아해서 걸어 놓은 것은 아니고 주원이가 혼자서 맞춘 퍼즐이기에 지금껏 놔두고 있습니다. 굳이 떼어놀 이유도 없구요.
최근에 거실을 정리하면서(그동안 거실은 아는 분이 와서 “어~ 이사가세요?”라고 물을 정도였음) 20년이 넘은 거실 장식장에는 말 그대로 디스플에이(display)용 물건들만 남겨두었습니다.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아서 우선 바깥쪽 장식장만 정리가 되었습니다만, 거기엔 레고와 주원이가 캐나다에서 만들었던 도자기(이거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꼭 써보고 싶습니다.) 등을 진열해 두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굳이 레코나 퍼즐이 끈기있는 사람들 만들어준다?라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성향을 타고 났건 후천적인 훈련에 의해 되었건 간에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학습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주원이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 과정에 최선을 다했던 것은 바로 레고 만들기나 퍼즐 맞추기에서 보여 주었는 특성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로선 매우 관심있는 일입니다.
25 X 40 = 1,000개의 퍼즐을 맞추는 일은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하늘이 있는 퍼즐의 경우는 말 그대로 노가다식 작업을 해야 합니다. 레고처럼 창작력을 키워주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노동에 가까운 작업입니다. 천번을 맞추는 작업이 아닌, 하나의 퍼즐 자리에 수십개 또는 수백개의 퍼즐을 갖다가 떼었다가를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퍼즐이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거실에 걸어 두고 있는 것입니다.
실은 이런 식으로 맞춘 퍼즐이 집에 꽤나 있습니다. 액자값도… 헐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