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권

By | 2014년 1월 10일

페이스북 친구(일명 페친)중 아내와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시리즈로 올리시는 분이 있는데, 오늘 마침 “가정의 경제권”이라는 떡밥을 던졌다. 수많은 페친들이 댓글을 달고 난리가 아니다. 엄청 많은 페친을 달고 다니는 분이라 이번 글 역시 페친들의 속감정을 건드렸다. 나도 덩달아. ㅋㅋ

우리집 경제권은 아무도 쥐고 있지 않다. 다만, 내가 관리만 한다. 사실 봉급쟁이 가정에 경제권이라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 왜냐면 돈벌이가 뻔한데 남편이 관리하면 어떻고, 또 아내가 관리하면 어떠하랴? 불현듯 페이스북에 던져진 “경제권”이라는 단어를 보고 한번 정리해 보려고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내 봉급은 내 통장으로 들어오고 대부분의 결제는 카드로 이루어지고, 자녀들의 용돈은 온라인으로 부쳐야 하니 자연스럽게 돈관리를 해야 한다. 아내는 봉급을 받으면 자신이 기본적으로 써야 할 현금(아내의 용돈)을 제외하곤 모두 나에게 준다. 그러면 나는 이것을 통장에 넣는다. 그래봤다 매달 통장엔 잔고가 없다.

사실 둘이서 벌지만 빠듯한 살림살이이다. 두 아들이 집을 나가 타지에 사는 이유로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 비용들을 계산하고 우리 부부가 사용하는 용돈과 공과금 등을 제외하고, 보험관련 비용들이 지출되고 나면 역시 통장엔 잔고가 없다. 때론 마이너스로 갔다가 다시 채워졌다가를 반복한다. 연금저축을 제외하곤 딱히 저축을 하지 못한다.

아내의 자동차를 교환해주어야 하는 시기가 되어서 한번 모아볼까?하고 시도해 봤는데, 역시 돈이 남질 않는다. 당분간 마티즈를 타고 다녀야 한다. 사실 부채는 많이 없다. 18년간 집을 옮기기 않고 사니 당연한 결과이다(많은 사람들이 재테크를 이유로 집을 옮겨다닌다). 사실 좀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야 왜 없을까마는 인생을 그리 복잡하게 살고 싶지 않다.

아무튼 우리집의 경제권은 남편인 내가 쥐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그러나 절대로 “권(권리)”자를 붙일 이유는 없다. 그냥 관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 아내에게 간혹 이야기한다. “당신이 관리하면 어때요?”라고. 그러나 그 때 마다 “노!”라고 대답한다. 남자가 돈을 관리하면 아무래도 돈을 생각없이 쓰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이 경제권을 가져가지 않는다.

가정 경제는 부부와 자녀가 동시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돈을 벌어오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의 경제사정을 파악하고 돈씀씀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정경제권에 참여하는 것이다. 어려서 부터 아이들에게 우리집의 경제상황을 나름대로 설명해 왔다. 그렇다고 궁색을 떨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번에 둘째의 원룸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빌렸지만 전체적으로 큰 무리없이 살림을 끌어가고 있다. 집을 바꾸지 않으니 큰 돈의 문제는 없는 듯 하다. 부자로 살면 좋겠지만 매일 일 할 수 있는 건강과 일 한 후에 쉴 집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 아닐까? 지금이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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