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이야기 ⑤ 이름보다 호칭

By | 2014-04-13

우리 문화는 이름을 부르는 것을 꺼려한다. 그러니 호칭(이름 지어 부름. 또는 그 이름.)을 부른다. 사회에서는 주로 업무와 관련된 직위를 부르고, 가족관계에서도 손아래가 아닌 경우에는 모두 호칭을 부른다. 삼촌, 고모, 이모, 작은아버지, 등으로 부른다. 뭐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문화가 자신의 이름을 감추는 성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오래전에 “인터넷에서의 익명성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호칭이 말을 꺼내는 좋은 시작점이긴 한데 때론 그 호칭으로 인하여 좋은 대화를 끌어내지 못한 채 벽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업무상 직책에 따른 호칭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물론 업무상 위계질서는 서게되겠지만, 좀 더 솔직하고 진정성있는 대화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이 문제는 호칭에서만 비롯되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부부사이의 호칭은 또라는 장점도 있을 수 있다. “여보” “당신”이란 말을 쓰는 부부들도 많지만, 부부끼리 “아무개엄마”, “아무개아빠”라고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은 부부끼리 여보, 당신을 사용한다면 부부간의 대화도 훨씬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제삼자에게 말을 하면서 “애기엄마”, “애기아빠”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으나, 실은 “제 남편”, “제 아내” 등으로 말해야 한다. 나도 한동안 아내를 “주찬이 엄마”리고 불렀다. 아마도 이것은 나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도형이 엄마라고 불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은 호칭이 거의 없는 듯 하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바로 내 자신을 되돌아보다가 적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문화는 이름보다는 호칭을 선호한다. 요즈음 내 나이의 친구들은 슬슬 호(號)를 만들어서 부르기 시작한다. 사실 호는 “본명이나 자 이외에 쓰는 이름”이란 뜻이고, 또한 “허물없이 쓰기 위하여 지은 이름”이란 뜻이기도 하다. 친구사이에 호를 부르는 것도 우리 문화에서는 좋을 듯 하다. 50대가 되어서도 이름을 부르거나(아이들의 이름을 주로 부르는 문화 때문에), 또 사회적 직책(그 나이가 되면 사회적 직책이 판이하게 다르다)를 부르는 것 보다는 그런 호를 부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래야만 서로 함부로 말하지 않고 더 존중감있는 대화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나는 친구들에게 주로 사회적 직책을 부른다. “양원장”, “김교수” 등으로 말이다. 좀 더 나이가 들면 호를 한번 만들어 불러볼까?

이름보다 호칭을 선호하는 사회에서 사적인 관계에서 성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 하다. 그렇다고 이름이 사라지고 아무개아빠, 아무개엄마라고 부르는 것도 별로 좋지 못하다. 너무 사회적 직책을 불러대는 것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공적인 상황에서 “아무개씨” 대신에 “아무개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꼴불견이다. 공적인 부분에서는 분명하게 “아무개씨”라고 불러야 한다. “아무개님~”이라는 말은 결코 좋은 호칭은 아니다. 적당한 호칭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물론 호칭도 중요하지만 부르는 상대방의 존재에 대한 진정성있는 접근이 더 중요할 것이다.

2014년 4월 14일

말 이야기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