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73] 윤시평 선생님

By | 2014년 9월 22일

윤시평 선생님은 나의 5학년과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시다. 이 선생님은 학생주임을 많이 맡으셨던 호랑이 선생님이시다. 이미 “팥죽 먹었다!” 이야기에서 나온 바 있다. 그렇게 무서웠던 선생님께서 담임을 맡으셨다. 그것도 2년 연속 말이다. 그러나 그 선생님의 겉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무서워 했던 것이다. 저학년 때 이야기를 적어가는 중에 굳이 윤시평 선생님의 이야기를 적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윤시평 선생님은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 한 이후에는 고향인 제주도로 가셨다. 아마도 거기에서 은퇴를 하시고 여생을 보내실 것으로 보인다(살아계신지 돌아가셨는지 알 길은 없다).

아마도 6학년 때의 일이다. 선생님께서는 6-7명의 학생을 선택하여 집에서 합숙을 하며 공부를 시키셨다. 5, 6학년때는 두 개의 반이 있었는데, 6학년 1반은 남학생반, 6학년 2반은 여학생반이었다. 그러니깐 남학생들 중에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을 골라 집에서 합숙하며 공부를 시키셨다. 하루 세끼를 사모님께서 직접 해주셨다.

사모님은 키가 작고 이마가 좁은 둥근 얼굴을 가지셨는데, 아마도 전형적인 몽골리안이라고 기억된다.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는데, 학생들에게 잘 해주셨다. 선생님의 아이들도 있었는데, 학생들을 불러다가 그렇게 밥을 먹이고 재워가며 공부를 시키셨던 것이다.

사실 나는 초저녁 잠이 많아서 밥을 먹고 일찍 자버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공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1주일은 넘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선생님이 사비를 들여가며 아이들을 공부시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선생님은 그렇게 하셨다. 금성초등학교에 있는 5층석탑에서 서쪽으로 20여미터 걸어가면 선생님의 사택이 있었는데, 그 사택은 초가지붕집이었다. 옆에는 우물이 있고, 그 옆으로는 큰 절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선생님의 그런 노력의 결과는 당시에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사회에서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2 thoughts on “[어릴 적에. 73] 윤시평 선생님

  1. 반갑습니다. 윤시평 선생님께서는 제가 1984년 제주북초등학교 5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어요. 아주 엄하면서도 온화하신분이셨고 예절교육에 많이 신경을 쓰셨던 분이셨죠.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아침 학교 등교할때 보면 선생님께서는 출근하실때 정문에 들어서면 학교에 게양된 태극기를 향해 왼쪽가슴에 손을 얹고 2-3초간 서서 계시다가 정문을 들어가세요. 그때 연세가 50대중반쯤 되셨을 텐데 아마90년대초에 정년퇴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Reply
    1. holyabba Post author

      반갑습니다.
      그리고 댓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주도로 가신 제 기억이 맞군요. 이 글을 써놓고도 까막득히 잊고 있었는데…
      확인시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어릴적에….시리즈를 써놓으면서 꼭 써놓고 싶은 선생님이셨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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