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동 선생님은 나의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시다. 이미 “서예를 배우다” 이야기에서 언급한 바 있다. 학교를 졸업 후 첫발령지가 우리학교였다. 당연히 총각선생님이셨다. 당시에는 “가정방문”이란 제도가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학생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당시에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마을을 잘 알지 못했던 선생님은 반장인 나를 데리고 가정방문을 하곤 하셨다. 실은 그 일로 인해 친구들이 사는 집들을 가볼 수 있었다. 그런 가정방문은 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 때도 있었다.
선생님께서 서예를 가르쳐 주셨던 때는 다음 해인 4학년 때의 일이다. 이렇게 따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바로 “술”이다. 선생님은 술을 참 좋아하셨다. 아니면 대접하는 술을 거절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밤에 술이 취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하룻저녁에는 얼굴과 손에 상처를 입은 선생님을 누군가 업고 우리집에 모셔왔다. 신동리 다리 밑에 자전거와 함께 떨어져 있는 선생님을 발견하고 누군가 업고 온 것이다.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고, 얼굴엔 돌에 찍힌 상처들이 있었다. 한쪽 이마엔가는 상처가 좀 깊었다. 우리집에서 꿰맸는지 잘 기억은 없지만, 그 상처는 상당히 오랫동안 얼굴에 남아 있었다(혹시 지금도 그 상처가 있을 수 있다).
당시에는 술을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꽤나 있었는데, 윤영동 선생님도 술을 즐기셨다. 서예가이셨던 선생님은 현재 동양화가로 활동 중이시다. 선생님을 생각하면 “서예”와 “술”이 떠오른다.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