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떡바라는 말은 이미 [어릴 적에] 시리즈 글 중 “똥바아저씨“와 “비끼바“를 읽은 분이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훌떡바란 “머리가 훌떡 벗겨진 남자”라는 뜻이다. 이마가 그렇게 훌떡 벗져지신 선생님이 계셨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군내국민학교로 전근을 가셨고, 그 이전에 금성초등학교의 선생님이셨다.그 선생님의 존함은 “양재연“이시다.
그 선생님의 집은 금성초등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군내면 상가리”에 있었다. 아마도 그 곳에서 태어나셨고,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자신이 먼 길을 출퇴근하셨던 것이다. 결국 집에서 가까운 군내초등학교로 옮기셨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셨는데, 언젠가 부터 자전거에 엔진을 달고 다니셨다. 오토바이가 아닌 자전거에 모터엔진을 달아서 자전거도 아니고 오토바이도 아닌 그런 이상한 것을 타고 다니녔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자전거오토바이”이다. 당시에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도 귀한 시기였다. 그 선생님은 금성초등학교 교사는 아니었지만, 가끔 우리집에 들리셨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집을 자주 오셨다.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형수님, 막걸리 한잔 주쇼~!”라고 말하고, 늘 막걸리를 한 잔 들이키신 후에 집으로 가셨다. 전근을 가신 이후에는 방문 횟수가 줄었다. 흘떡바 선생님께선 우리를 많이 예뻐해 주셨지만, 어린 우리는 술을 먹는 선생님을 싫어했다. 드러내놓고 싫다는 이야기는 안했지만, 선생님이 가시고 나면 흉을 보곤 했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가 함께 집을 비우는 경우에 우리집에 오셔서 우리들에게 직접 밥을 지어서 먹이기도 하셨다. 어머니 진료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동시에 집을 비울 때가 간혹 있었기 때문이다[관련글보기]. 사실 선생님은 우리 가족들과 친척처럼 친하게 지내셨고, 우리에게 아주 잘 해 주신 고마우신 분이셨다.
따다다다다…라는 굉음과 함께 나타나는 선생님을 어린 나로선 달갑지는 않았지만, 늘 그렇게 방문을 하셨다. 동네사람들은 그 자전거오토바이 소리만 듣고도 선생님이 우리 동네에 오신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엔진에서 나오는 불완전연소된 연기 냄새가 정확하게 떠오른다.
벗겨진 이마, 홍조 띤 얼굴, 푸짐하게 느껴지는 얼굴과 골격, 그리고 매연을 내뿜는 자전거오토바이가 생생하다. 훌떡바 선생님, 그가 가끔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