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를 타면 생각이 많아진다. 직접 운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버스를 탄다는 것은 여행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상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쉬러가는 여행도 있지만, 업무상 풀장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많은 것들이 떠오은다.
일단은 버스안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저 사람은 무엇하는 사람이며, 무엇하러 이 버스에 탔을까? 물론 그 궁금증의 많은 경우는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화통화나 옆사람과의 대화(듣지 않으려고 해도 크게 말하는 이유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버스안에서의 무례하거나 특이한 행동도 머릿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입력소스들이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낯선 풍경과의 만남이 두번쨰이다. 늘상 서울을 오갈 때 접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풍경들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하고, 여행하는 날의 날씨나 여행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풍경은 늘 “낯섬”을 가져다 준다. 오늘은 초겨울비 후에 젖은 나무들이 자욱하게 깔린 안개속에 서 있다. 안개가 평소와는 다른 그런 풍경을 만들어낸다.
버스안에서는 서울에 도착하면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선”을 그리기에 바쁘다.미리 동선을 머릿속에서 그리는 일은 서울에 출장갈 때마다 반복되는 소일이다. 지하철은 몇호선을 타서, 어디에서 환승하고, 또 몇번 출구로 나갈 것이며, 목적지까지는 어떻게 갈 것인지… 그리고 출장목적이 끝난 후에는 어떻게 돌아올 것인지를 미리 머릿속에 그려놓는다.
그리고 버스안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그들과 관련있는 사람들이 차례로 계속 머릿속에 불려진다. 어쩌면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의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과의 관련된 내용들을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거기에 내 인생도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상투적인(?) 생각들 말고도 수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내 꿈도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 정리해 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목적지에 다다른다.
아마도 버스에 타면, 일단 혼자만의 시간이 되는 것이고, 정해진 공간에 정해진 시간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이렇게 늘 반복적으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듯 하다.
버스가 출발할 때 글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 갓 호남제일문에서 잠시 정차 후 손님을 태우고 있다. 이제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