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아이폰의 셔터를 더 많이 누른다. 일단 화질이 더 좋아졌을 뿐 아니라 많은 것들을 기억에 담아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라고나 할까? 아무튼 요즈음 나는 과도한 사진찍기를 하고 있다. 함께 평가(의학교육평가인증의 현지방문평가)를 오신 교수님 한 분이 질문을 하신다. “그렇게 찍어서 어디에 보관을 해요?”라고 말이다.
그 말 안에 “과도한 사진찍기”가 들어있다. “6테라짜리 외장하드에 넣어요”라고 대답을 하면서 요즈음 나의 행동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 기억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잘 기억하여 후에 끄집어내어 사용하게 되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들은 무의식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기억속에 넣고 그것을 끄집어내어 사용해 왔다. 그런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가 지금의 나의 과도학 사진찍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어디였더라?’ ‘그거 뭐였지?’ ‘아~ 거기서 뭘 봤는데…?’ 등 수많은 것들을 기억해내려고 한다. 그럴 때 사진이 매우 유용하다.
물론 글로 남겨놓기도 하고, 달력에 메모를 해 두기도 한다. 내 블로그 holyabba.com에 공개된 글이 많지만 일부는 “비공개글”로 되어 있다. 비공개라고 무슨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적은 글이 아니다. 그냥 내 기억을 돕는 일기 같은 내용들은 비공개 글로 숨겨두는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끄집어낼 수 있도록 말이다. 내 기억속에서 끄집어 낼 수 없다면, 사진이나 블로그 글에서 끄집어 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쎄다. 더 나이가 들면 그것마져도 귀찮아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나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방어기전이 작동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요즈음 사진은 나에게 중요한 기록이며, 기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