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문자가 온다. “연구실에 계세요?”라고. 외과교수인 정연준교수이다. 아마도 2호관 주차장에서 문자를 한 듯 하다. 바로 연구실로 온다. 그리고 가방에서 봉투를 꺼낸다. 나는 이미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영화 초대권”이다. 내일(22일 화요일) 저녁에 시네마타운에서 단편영화 “카데바“의 시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일 조직학책 번역 때문에 이미 서울 출장이 잡혀있어서 불참이다. 많이 아쉽다. 물론 편집이 거의 되었을 때 영화 전체를 본 적은 있다.
외과 정연준교수가 감독을 맡은 이 영화에 대한 제작 의도를 정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카데바(해부실습 시신)는 의학 교육 및 연구 목적의 해부용 시체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로, 원래는 시체라는 뜻이다. 어느 전문대학의 보건계열 학과 학생들이 중국에서 실습 도중 카데바로 장난을 치고, 그 사진을 SNS에 올려 큰 파장이 일었던 적이 있다. 시신을 기증하시는 분들이 시신 기증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과 유가족들의 겪게 되는 고뇌 및 아픔을 되새겨보고 시신 기증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한다. 또한 해부학실습실에 누워있는 카데바도 어느 누군 가를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인간이었다. 의학교육도들이 시신 기증자의 뜻을 기리고 가족이 감내하는 아픔을 함께하고 해부학실습 기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라고.
이 영화에는 배우도 출연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많이 나온다. 교수들도 나오고, 직원도 나온다. 배경은 해부학실습실을 중심으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의 아름다운 교정인 “명의정”이 나온다. 이 영화를 통해서 정연준 교수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해부학실습에 사용되는 시신들이 없다면 결코 의학의 발전도 없다. 아무리 인체모델을 잘 만든다고 해도 시신만큼 우리에게 지식을 주는 것은 없다. 단순히 인체의 구조 뿐만 아니라 “사랑”과 “희생”이 무엇인지를 시신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수년전 우리대학의 한 의대생의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어 시신을 기증하셨던 내용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 학생은 지금 의사로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내일 이 영화의 시사회가 끝나면 내년 봄에 단편영화제에 출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라도 극장에서 한번 보려고 한다. 이 영화를 제작하느라 수고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추가] 2015. 12. 23.
22일 화요일, 서울에서 일정을 서두르고 기차표를 바꾸어 시사회 두번째 시간에 참석할 수 있었다. 시사회는 시네마타운 7관(5층)에서 이루어졌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찾아 주었다. 영화만드느라 애쓰고, 시사회 하느라 애쓴 정연준 교수를 비롯하며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