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4일째(토요일부터 내일까지 5일간의 연휴라고 하면) 일찍 맘스브레드에 가서 아침에 먹을 빵을 사러갔는데, 어제 쉬었던 탓에 빵이 제대로 없어서 호두바스크와 부추빵을 사왔다. 오전 11시가 넘어서자 중무장(?, 피부과 치료 때문에 햇볕을 피해야 하는)을 하고 집을 나섰다. 바울교회 바울센터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바울교회 – 용머리고개 – 완산교(여기까지 용머리로) – 바울주유소 – 전주시보건소 앞 – 구 도청 앞(여기까진 전라감영로) – 경기전 서문 앞길전동성당길) – 전동성당 – 경기전 앞길(태조로) – 다시 전동성당길 – 맘스브레드 한옥마을점(맘스제과,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사서) – 전주 왱이집(동문길) – 다시 동문길을 거쳐 팔달로로 넘어와 경원동 우체국(가족회관) – 전라감영4길 – 전라감영2길 – 다가동우체국 – 전라감영로 – 바울주유소 – 완산교 – 용어리고개 – 바울교회…로 이어지는 약 5km가 조금 못되는 거리이다.
한옥마을은 역시 설명절답게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았지만 문을 연 곳도 많이 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는 것들이 내 발로 걸으니 보이고 느끼게 된다. ‘어~! 이런 것도 있었어?’ ‘아, 여기였구나!’ 등 수많은 감탄사와 함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잊고 지냈던 수많은 것들을 다시금 알게 해준다.
오전에 가면서 보았던 광경이 되돌아올 때는 다른 풍경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오래된 건물에서 느껴지는 겨울의 스산함이 낮시간에는 좀 더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무심히 지나쳤던 수많은 종류의 가게들과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햇살에 비추는 전주천의 모습도 눈을 통해 마음으로 다가온다.
그저 한식당인 줄 알고 지나쳤던 건물의 2층부터는 호텔로 사용되는 곳들도 보인다. 한옥마을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음도 느껴진다. 곳곳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수많은 식당들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단골인 식당일 수도 있다. 경원동인지 다가동인지 알 수는 없지만 경원동 우체국에서 다가동 우체국까지 오는 골목들의 수많은 점포들도 눈에 들어온다. 어느 가게 앞 벽에는 언제 세워졌는지 알 수 없는 비석이 서 있기도 하다. 이전의 도청을 다 무너뜨리고 그곳에 전라감영을 세우는 것도 보인다. 전동성당은 여전히 아름다운 건물이다.
한옥마을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은 역시 자신의 관광이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조심성도 배려도 없다. 복잡함 속에서도 얼마든지 질서를 찾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모습은 복잡은 곧 혼란이다. 한옥마을을 갈 때 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설명절 연휴라 그런지 더 크게 다가온다. 젊은이들은 역시 활기가 있다. 한복대여를 통해 한옥마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예쁘게 보인다. 길을 막아놓은 경기전 앞 도로는 여행객들에게 좀 더 편안한 마음을 제공해 주는 듯 하다.
한옥마을 경기전 주변의 일방통행 도로는 무슨 자동차 경주장 같다. 싸가지 없는 운전자들이 너무 많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멈칫거리며 인도를 걷는다. 왱이집 콩나물국밥은 여전히 맛이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너무 맵다. 콩나물국밥을 다 먹고나서 조금전에 산 맘스브레드의 “튀긴 소보루”를 떼어 먹어도 한동안 입안이 얼얼하다. 이 매운 맛을 또 잊어 버리고 다시 왱이집에 오게 되겠지? 늘 먹을 땐 ‘매우니깐 오지 말아야지’ 했다가도 다 까먹고 다시 오게 된다. 보통 사람들이야 맵지 않겠지만(매운 맛을 즐긴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너무 매워서 힘들다.
다시 되돌아오는 길에 수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내가 바쁘게 사는 동안에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광경들이다. ‘저런 가게가 될까?’하는 직종들도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큰 이미가 없어보이는 것도 당사자에게는 생업이요, 인생의 의미일 수 있을 것이다. 약 2시간 반동안 걷는 시간동안 내내 마음속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또다시 그런 것을 잊고 내 삶의 테두리안에서 살아가겠지만 오랫만에 행복한 시간을 가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