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설 당일),진도에서 목포를 거쳐 고속도로를 타고 광주로 와야 하는데, 네이버 네비게이션이 계속 국도를 권장(?)해서 국도로 오게 되었다. 진도에서 해남까지는 무난한 운행을 하였으나, 영암 월출산 부근부터 나주까지는 말그대로 명절의 교통상황을 그대로 재현했다. 가다 멈추었다를 계속해서 반복하며 서행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명절이면 흔하게 경험하는 것들이다(그 경험의 기억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애써 마음을 편하게 먹고 운전을 해도 육체적 피로도는 더욱 심했다. 그럴 때면 흔히 운전자들이 차선변경을 수시로 함으로서 도로의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든다. 국도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속도로 느려서 그런 것인지, 네비게이션도 도로 변경을 늦게 알려준다. 따라서 진입로나 출구를 따라 차선을 바꾸려 해도 운전자들의 양보심은 제로이다. 물론 얌체운전자들이 다른 운전자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양보를 해야할 상황에서도 배려라는 것을 찾기 힘들다.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해도 국도보다는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을 듯 해서 국도로 진입한 것을 후회하였으나, 광주에 도착해서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첫째로, 큰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서로 바쁜 삶을 살다보니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시간들을 갖지 못했는데 나로선 좋은 시간들이 되었다. 그저께 밤에도 자정이 넘도록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처럼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었다. 차안에서는 아내와 아들, 나까지 셋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인턴으로 병원 일을 시작해야 하는 아들에게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생각들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주로 아들의 생각을 듣는 시간이긴 했지만 모처럼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다.
둘째로, 그동안 목포를 거쳐 서해안 고속도로나 무안-광주 고속도로만 이용한 탓에 오랫동안 이용해 왔던 국도를 와보지 못했었다. 정말 오랫만에 국도를 달려보니 참으로 많이 변해 있었다. 모든 도로가 4차선 도로가 되어 있었고, 읍이나 면소재지를 통과하지 않고 우회하는 외곽도로화가 되어 있었다. 명절이 아니라면 교통이 매우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읍이나 면소재지를 통과하면서 느꼈던 정취는 사라졌지만 말이다.
장시간을 운전하는 힘든 시간들도 하루가 되기 전에 이렇게 하나의 추억이 되어간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그런 시간이 언제 다시 오겠습니까?
길은 막혔지만 생각과 마음은 한껏 소통 되었던 시간 되었네요.
평화로운 가족 모습이 흐뭇합니다.
저도 아주 오래전 3형제가 차 한대로 고향을 찾던 날이 생각납니다.
서울에서 여수, 무려 하루 이상 걸려 집에 도착하니 동이 트는 새벽녘이더군요.
그 시간, 집 근처에 문을 연 꼬치집이 있었습니다.
따끈한 국물에 술을 마셨던 형제들, 행복한 추억입니다.
네. 막힌 길이 사람에게는 소통의 시간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차가 멈추어서자 사진도 찍었습니다. ㅋㅋ
앞으로 바쁘게 살게될 아들과의 좋은 수다의 시간이었습니다.
유행이나 돈보다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는 삶이 주제가 되어서 더욱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