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전남의대를 떠나 전북의대로 올 때 세상의 네트워크는 모뎀수준의 “하이텔”을 벗어나 인터넷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었다. 각 대학은 광케이블이 깔리고 단순한 문자가 아닌 그림이나 사진이 전송되기 시작했다. 대변혁이었다. 당시 컴퓨터는 윈도우즈 95가 윈도우즈 3.1을 바꾸어가고 있었다.
전산소의 한 직원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홈페이지라는 것을 만들어 내 연구실의 PC에서 홈페이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Html이라는 새로운 언어도 익히었고, 당시의 경험은 지금도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당시에 전북대학교 교수 중 2명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고 전북대학교 메인페이지에 “교수홈페이지”를 링크해주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그런 이유로 나는 컴퓨터에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이 부분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나는 컴퓨터를 잘 모른다. 그저 만들어진 컴퓨터 잘 써먹는 수준이다. 물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컴퓨터를 조립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그 뒤로 서버를 구입하는데 많은 비용을 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집 생활비로 써야 할 돈들을 서버구입이나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서버용 OS인 윈도우즈 2000의 경우도 당시에 100만원이 넘었었다. 이 부분은 지금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캐나다 핼리팩스에 살던 시절엔 “HalifaxMail.com”을 운영했고, 최근에 문을 닫았다. 아마도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은 글을 남기고 추억이 많은 사이트였다. 최근에 닫은 이유는 더 이상의 공개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괜한 오해만 불러 일으킬 뿐이다.
지금 개인홈페이지인 holyabba.com은 10년 넘게 잘 유지해오고 있다. 중간에 서버가 망가져서 데이타들은 날라갔지만 여전히 홀리아바 닷 컴은 나의 개인 홈페이지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수년전 컴퓨터를 맥(Mac)으로 바꾸어 타면서 서버도 맥으로 바뀌었다. 다만, 맥서버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홈페이지 운영은 주로 텍스트큐브(TextCube)라는 툴을 이용한다. 사용하기 좀 불편하긴 하지만 맥서버에서 돌리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
이런 역사의 홈페이지 운영의 경험은 내 개인적으로 많은 것들을 얻기도 했지만 잃기도 했다. 굳이 여기에 적지 않지만 상처도 많았다. 때로은 소통의 장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오해의 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냥 삶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모두 추억거리가 될 것이기에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앞으로 나에게 있어서 web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지 내 자신도 잘 모른다. 다만, 그저 잊혀질 두려움에서 적어가는 하나의 노트일지 아니면 소통의 장이 될지 내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답이 당장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