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 길에 차안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뉴스 중 공항내 검색기인 “전신투시기” 도입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미 인터넷 뉴스에서 화제거리가 되었던 것인데, 국내 공항에서도 도입될 예정이라는 뉴스이다. 안전사고의 대비책으로 검색기능을 강화하는 것인데, 전신이 적나라하게 스캔되는 것 때문에 프라이버시 문제가 떠오르게 되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냐? 안전이냐?하는 문제이다. 911 사태 직전에 캐나다 핼리팩스에 도착했던 저와 가족들은 911이 얼마나 끔찍한 사고였는지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에 강화된 검색은 신발 뿐만 아니라 양말까지 벗게 했다. 팬티는 다행히도 벗지 않아도 되었다. 신발을 벗어들고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지금이야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지만 911 직후에는 그 어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동양인이어서 이러나?’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다. 모두들 그렇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항공기 사고는 단순사고란 없다. 떨어지거나 폭파되면 전원사망이다. 2백명 또는 3백명이 동시에 죽게되는 대형사고이다. 난 개인적으로 공항검색만큼은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안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안전하고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손상되는 것과 수백명의 목숨과 저울질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속옷을 다 벗기는 것도 아니다. CT나 MRI처럼 그저 몸을 스캐닝하는 것이다. 그것이 남에게 보여지는 것도 아니다. 검색요원들에게만 보여진다. 검색요원들이라고 재미있겠는가? 그저 반복되는 일일 뿐일 것이다. 다만, 조심스러운 것은 변태성향의 직원들이 있다면 곤란해진다. 아마도 사람들이 그걸 우려하는 것은 아닐까?
항공기 운항에선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출발시간이 지연되어도 대부분 가만히 기다린다. 목소리 높여서 따지지 않는다. 간혹 국내로 들어오는 비행기의 연착으로 단체로 데모하는 뉴스를 보면서 답답할 때가 많다. 세계 어디 공항에 가 보아도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무작정 기다리게 했다고 아우성이다. 비행기가 늦어지는데 그 이유를 일일히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항공사에서 장난으로 지연시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이던지간에 승객들과 승무원의 안전이 우선이다. 그런 관점에서 전신투시기의 도입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일부 뉴스에 나오는 “알몸”이란 단어도 눈에 거슬린다. 꼭 알몸투시기라고 표현해야 하는가? 알몸은 옷을 벗은 상태를 말하는데, 이미 단어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선정적인 뉴스를 만들어내는 일부 조잡스러운 매체들이 더 문제다. 그냥 전신투시기라고 하면 된다. 오히려 옷을 벗겨서 검색하는 것 보다 전신투시기가 훨씬 덜 불쾌할 듯 하다. 아무튼 뉴스를 보고 집에 도착해서 몇자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