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덕자 권사님

21년 전, 전주로 이사를 오기 위해 지인을 만나러 바울교회에 갔었다. 당시의 교회이름은 동전주교회였다. 교회 예배당은 지금의 주차장 자리에 가건물형태로 지어져 있었고, 조그만한 건물을 사택 겸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건물의 동편에 가건물형태로 식당이 있었는데, 그 곳 입구에서 큰 고무 대야(다라이라고 표현하면 금새 와닿을 듯 하다)를 씻고 있었던 부부가 있었다. 그 분들이 차덕자 권사님 부부였다. 당시에 권사님은 남편 집사님과 함께 교회건물을 관리하는 사찰집사로 일하고 있었다.

부인 권사님은 키가 크고 남성스럽고, 남편 집사님은 키가 작고 귀여운 면이 있는 분이셨다. 지금은 교회가 커져서(호남에서 가장 큰 교회인 듯) 교회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지만, 당시에는 두 분이 교회를 그렇게 열심히 관리를 하고 계셨다. 남편집사님은 교통사고 인해 다리가 불편해져서 교회일을 일찍 그만 두셨지만, 차권사님은 지금도 교회식당에서 봉사를 하고 계신다.

불현듯 권사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아침에 식사를 하던 중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회자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차권사님이 은퇴를 하면 누가 식당에서 밥을 줄까?”라는 말을 아내가 했다. 내가 대답했다. “다음 세대는 용역업체가 들어오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갈수록 교회에서 봉사를 하는 일을 하지 않는 세대들이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 땀흘려서 봉사를 하던 세대들이 늙어가고 있다. 그 세대들의 피와 땀이 오늘의 우리사회를 이루었다. 바울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수고하고 땀을 흘려서 지금의 교회를 이루었는데, ‘다음세대’는 그런 역사를 잘 알지 못한다. 지금의 이루어진 모습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차권사님은 바울교회의 산증인이다. 오늘 새벽에 안내를 서고 있는데 권사님이 들어 오신다. 방긋 웃는 얼굴이 20년 전이나 똑같다. 늘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사진은 2017년 6월 9일 오후에 바울교회 사거리에서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