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내가 먹고 있는 약물은 clonazepam이란 항간질성 약물이다. 이 약물은 간질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인데, 왜 내가 먹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이 약은 “간질 치료제, 공황장애 치료제”로 쓰인다. 그런데 왜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는 내게 이런 약물을 쓰는 것일까?
우리가 잠을 자는 “수면(睡眠, sleep)”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꿈을 꾸는 단계인 렘수면(REM수면)과 그렇지 않은 비렘수면(NREM수면)으로 나뉜다. 렘수면이란, 급속안구운동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으로 깨어 있는 것에 가까운 얕은 수면이며, 안구의 빠른 운동에 의해 구분된 수면의 한 단계이다. 이 시기에 꿈을 꾸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팔다리 근육이 축늘어져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즉, 안구운동은 빠르게 하지만, 팔다리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성인의 경우, 렘수면은 일반적으로 총 수면의 약 20~25% 정도이며, 밤시간 수면의 90~120분 가량된다.
렘수면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란 스스로 근육을 움직일 수 없는 렘수면 단계에서 근육의 힘이 풀리지 않아 꿈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렘수면행동장애의 유병률은 약 0.5%로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여기에 문제가 생기거나 또는 원인 없이 특발성으로 렘수면 중 수의근의 마비가 풀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꿈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행동들이 실제로 나타나게 된다. 주로 발길질이나 주먹질을 하거나 팔을 휘두르기도 하며, 말을 하거나, 웃거나, 고함을 지르며 심한 경우 욕을 하기도 해서, 함께 자는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하거나 때로는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즉, 악몽을 꾸다가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게 되어 옆에서 자고 있던 사람에게 신체적인 손상을 입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이유로, 수면 시 침대 주면 위험한 물건들을 치우고, 쿠션이나 매트 등을 이용해서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치료는 약물인데 항간질성 약물인 clonazepam이 주로 사용된다. 국내에는 몇가지 상품명으로 나와 있다. 나도 그 중에 하나를 복용한다. 잠자기 전에 0.5mg를 복용한다. 처음에 절반으로 쪼개서 0.25mg을 먹어보기도 했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약 3주 가량 복용하다가 별로 효과가 없어서 중단했었다. 그게 2월달이었다.
몇개월이 지나 최근에 다시 수면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 도저히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의 나쁜 수면상태가 지속되지 어쩔 수 없이 약을 다시 먹기 시작한 것이다.
잠은 보약이다. 우리 인생의 2/3를 위해 1/3의 수면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 수면의 시간이 박탈되니 힘든 것이다. 수면은 그저 쉬는 개념의 시간이 아니다. 우리 몸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기능들이 활성화되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나중에 관련 글을 하나 쓸 예정이다). 그만큼 우리 인생에서 수면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