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반 부모를 위한 강연

By | 2017년 7월 22일

전북대학교 영재스쿨에서 한학기에 한번씩 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 이번 강연은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의 유효현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2주 전쯤 “나는 교육학 전공자이긴 하지만, 자녀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부담스럽다.”라는 말에 덥썩, “그러면 교육학적 측면에서의 ‘영재’에 대한 이야기는 유교수가 하고, 영재는 아니지만 자녀들을 이미 키운 내 입장에서 할 말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바람에 강연을 맡게 된 것이다.

앞부분은 영재, 영재성 등에 대하여 유교수가 25분간 강연을 하였고, 이어서 내가 30여분간 강연을 했다. 사실 약 2주간 부담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몇 일 전에 전체적인 강연의 흐름을 잡았고, 어제 강연 발표 키노트를 완성했다. 몇 일 동안 수정을 반복했다. 생각보다 이야기를 천천히 하는 바람에 예상시간이 넘었다. 강연 후에 질문과 답변 시간을 가졌다. 10시 반에 시작한 강연은 11시 55분에서야 끝났다. 복도에서 몇몇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10여분의 시간이 흘러갔다.

많은 부모들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내 아이가 영재였으면?’일까? 오늘 주로 이야기한 것은 “행복”이었다. 행복한 영재… 이것이 영재반 부모들이 가져야 할 삶의 목표이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아이가 영재일수도, 평범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행복해야 한다는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내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똑똑해야 한다.’라는 욕심만 버린다면, 아이들을 얼마든지 행복하게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부모는 자녀의 선생이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반자이다. “내새끼”라는 집착만 버린다면 동시대를 살다가는 동반자로서의 충분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겠지만 나는 “선생으로 부모”의 입장에서 다섯가지의 당부의 이야기를 했다. 영재를 키우기 위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보다 좀 더 뛰어난 자녀들의 교육과 양육에 대하여 좀 더 본질적인 부분을 말하고 싶었다.

  • 소통 : 좋은 소통의 바탕에는 ‘신뢰’가 있어야 하고, ‘비교’와 ‘욕심’을 버리기를 당부했다.
  • burn out : 의대에 들어온 학생들 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이를 혹사시키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 열등감 : 영재반 속에서도 서열화가 되어 스스로 낮은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도 이야기했다.
  • 정직 : 정직하게 학습하고, 정직하게 성장시키길 당부했다. 소극적 정직이 아니라, 적극적 정직을 이야기했다.
  • 수면 : 충분히 재워달라고 이야기했다. 이 부분은 교육학적 측면이 아니라 의학적 측면이기도 하다.

마지막 슬라이드는 “어머님의 당근을 키우십시오”라는 작은 아들이 엄마에게 보낸 성탄절 편지를 소개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건방져보일 수 있는 편지의 내용이지만, 편지의 본질은 “부모의 삶이 풍성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편지는 유효현 교수에서 보여준 적이 있고, 이것을 유교수 마지막 슬라이드에 소개하려고 했다가, 강연 전날 다시 전체 강연 마지막으로 가게된 것이다.

말주변이 별로 없는 나로선 이야기가 잘 전달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나의 숙제 하나는 끝낸 것이 아닌가? 연일 푹푹 찌는 여름 날씨이다. 강연이 끝나고 구정문 앞에서 먹은 소바는 잘 선택한 점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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