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털… 털…

By | 2017년 11월 2일

아주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이다.

옛날에 짚신을 만들어 파는 부자(父子)가 있었다.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가서 장사를 하면 늘 아버지의 짚신을 일찍 팔렸다. 아들의 짚신은 아버지의 짚신이 다 팔린 후에야 팔리곤 했다. 아들은 그 이유를 도대체 알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이 이유를 물어 왔지만, “다 이유가 있다. 지금을 말해 줄 수 없다.”라고만 답을 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죽게 되었을 때 아들은 그 이유를 물었다. 아버지는 “털… 털… 털…”이라고 말을 한 후에 숨을 거두었다.

아들은 자신이 만든 짚신과 아버지가 만든 짚신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오랜 시간동안 비교한 결과 그 이유를 알고 무릎을 쳤다. 바로 “잔털”이었다. 아버지는 늘 완성된 짚신에서 잔털을 남김없이 제거했던 것이다. 따라서 신발을 신는 사람들 입장에선 당연히 아버지의 신발이 편했던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짚신이었지만, 신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편안함이 존재했던 것이다.

우리 삶 속에서는 이런 섬세함이 필요하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비지니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똑같은 제품을 가져다가 파는 경우에도 왜 옆집은 더 잘 팔려나갈까? 그 이유를 바로 “섬세함”에서 찾아 봐야 한다. 그런 이유가 다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내가 애용하던 반찬가게가 주인이 바뀌었다. 음식 맛이야 다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주인이 바뀌었다고 손님이 줄지는 않는다. 물론 내가 전에 사먹던 반찬의 맛보다 강하게 바뀌긴 했지만, 현대인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다. 문제는 음식의 포장이다. 그저 비닐 봉지에 넣어주고, 랩으로 싸주는 것인데 차이가 있다. “잔털”과 같은 그런 것이다.

이전의 주인은 집에 가서 비닐을 쉽게 풀 수 있도록 묶어 준다. 어차피 국물이 새지 않도록 묶는 것은 같지만, 집에 가서 그것을 단숨에 잡아다녀서 풀 수 있는 것과 낑낑대며 묶여진 부분을 풀거나, 가위로 윗부분을 잘라야 하는 번거움과는 큰 차이가 있다. 랩으로 싸주는 것도 같은 량의 랩으로 싸주는데, 자꾸 국물이 흐른다. 이런 차이가 반찬가게에 가는 횟수를 줄이게 만들고 말았다.

우리의 삶 가운데 별 것 아닐 것 같은 섬세함의 차이는 결국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2 thoughts on “털… 털… 털…

  1. 강현재

    작은 섬세함의 차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해보았으며 항상 작은 일이라도 배려하며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된 것같습니다. 항상 교수님의 책과 글을 읽으며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아 이렇게 글로나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기회가 되면 ‘의사의 미래, 의예과에 달려있다’라는 책에 교수님의 사인을 받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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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책을 구입해서 읽어주셨다니 저로서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Sign은 언제든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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