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을 선호하지 않는 사회

By | 2018년 2월 23일

많은 의대교수들은 “요즈음 의대생들은 기초의학을 전공하려고 하지 않아 안타깝다”라고 말한다. 임상교수든지, 기초교수든지 이 부분에 대하여 안타까워하고 있다. 맞다. 요즈음 기초의학을 하겠다는 졸업생이 거의 없다. 우리대학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 전체의 모습이다.

다시 되돌아 본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왜 기초의학을 전공하려고 했을까? 당시에도 기초의학을 하면 임상의사보다는 경제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다 알려져 있었다. 내가 본과 1학년 때 “나는 앞으로 해부학을 전공하겠다”라고 말했을 떄, 같은 실습조원이었던 박ㅇㅇ이 내게 이렇게 질문했다. “너의 집 부자니?”라고 말이다. 그러니깐 당시에도 기초의학을 하면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교자리만 있으면 남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조교를 하지 못하면 무보수로 일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해부학을 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바로 윗학년 졸업생이 조교로 남기로 했기 때문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그 때 나는 “무보수라도 있겠다”라고 주임교수님께 말씀을 드렸고, 그렇게 학교에 남게 되었다. 물론 무보수로 일하지는 않았다. 군대 다녀와서 수개월간은 무보수로 일을 했어야만 했지만.

‘과연 요즈음 의대생들이 경제적인 이유 하나만으로 기초의학을 기피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매력없음”을 이유로 들고 싶다. 물론 그 매력안에는 경제적인 부분도 들어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매력은 기초의학을 전공해서(전공과목이 무엇이든지 간에) 자신이 무엇인가 성취했다는 성취감이 존재하느냐의 매력을 의미한다. 현재 기초의학의 분야에서 이런 매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매력은 무엇을 보고 학생들이 느낄까? 그것은 바로 ‘교수’를 통해서 느끼는 것이다. 우리들이 재학하던 시절에 기초의학을 선호하고 많이 남았던 이유가 바로 그 매력을 교수들을 통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학생들은 교수를 통해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교수들이 그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더우기 몇몇 교수들의 조소섞인 “요즘 애들은 기초의학을 할려고 하지 않아!”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더욱 매력을 상실하게 한다.

이제 내 자신에게 화살을 돌려 본다. ‘과연 나는 학생들에게 해부학이 매력적이라고 느끼게 해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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