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학원

By | 2019년 3월 22일

1-2교시 수업, 그리고 물리치료, 점심먹고 다시 5-6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후 수업을 짧게 하고, 의대2호관으로 왔는데, 게시판이 눈에 들어온다. 피곤한 눈으로 얼핏본 광고 하나가 눈에 꽂힌다. 아이폰을 꺼내서 찍어 본다.

의대생학원“이라고 쓰여있다. 거기에 17년 전통이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본과선행강의, 내과선생강의, 의대내신강의, 의사국가고시 지도 등의 타이틀들이 보인다. 아래에는 올해 강의를 한듯한 골학,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조직학 등 기초과목들이 보이고, 내과에서 심장학,소화기, 호흡기, 신장학 등도 보인다.

마침 다른 교수를 만나서 이 포스터 이야기를 꺼냈다.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에서는 보호만 받는 세대들이잖아요.”라고 답을 한다. 아무리 세대가 바뀌었다고 의대생이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학문을 학원에서 선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이런 것이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포스터를 다시금 바라보니, 몇가지 생각이 든다.

  • 의대생으로서의 최소한 자존심도 없어 보인다.
  • 의대생으로서 최소한의 학습능력이 없어 보인다.
  • 의대생으로서 자가학습이 불가능한 학생은 의대에 다니면 안된다.
  • 이런 학원의 힘을 빌어야 할 의대생이라면 의대에 다니면 안된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행정실에 전화를 했다. 만일에 학교의 허가없이 이 포스터를 붙였다면, 떼어달라고 말했다. 자신이 돈을 내고 따로 공부를 한다는데 교수가 왜 그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23년을 의대교수로서 의대생을 교육하는 입장에서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의사가 되었을 때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간다. 스스로 학습하면서 문제를 풀어갈 수 없는 사람이 다양한 환자를 접했을 때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우리사회의 미래가 걱정스러워진다. 의사는 개인의 돈벌이를 위해 있는 직업이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사회적 책무성과 사명이 있는 직업이다.

대학의 교육 안에서 이루어지는 학습 이외에 학원에서 학습이 이루지는 것은 우리사회의 현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어서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2 thoughts on “의대생학원

  1. 김은영

    오래 전에 이런 기사를 보았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더군요.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독립’ 인데, 우린 왜 이래야 할까요?
    결과를 위해, 자존심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태가 너무 씁쓸합니다.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너무 의존적으로 만들어져버린 아이들이 많은 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로 생각됩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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