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쓰려다가…

By | 2020년 9월 19일

오랜 만에 전에 내가 직접 관리하던 바울교회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지금은 닫혀 있는 그룹페이스북이다. 작년(2019년) 가을부터 올해초까지 뜨거운 논쟁의 자리였다. 조금 전에 들어가서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또한 당시에 느꼈던 분노와 허탈함이 다시금 밀려오는 듯하다.

‘왜, 그 때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목회자의 비리에 대하여 너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운데다가, 캐면 캘수록 나오는 추잡함 때문에 전체적인 문제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교회는 더 이상이 희망이 없어보인다. 그것을 한 목회자의 모습을 통해서 깨닫게 된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 교회는 문제가 다 끝난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구성원들이 전체적으로 기독교의 본질을 되찾지 못한다면 문제는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 댓글들을 보면서 ‘이 교인들이 생각하는 교회는 무엇일까?’, ‘그들이 생각하는 기독교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맴돈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배경 속에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형성된다. 더구나 교회에서는 학습을 통해서 목회자를 보는 시각이 고정되고, 교회에 대한 생각도 고정된다. 나는 그것이 무서운 것이다. 서서히 학습된 그들의 종교생활은 그들을 가두어버린다. 그런 모습은 한국교회의 이곳저곳에 보인다.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있지만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렇게 기록만 해둔다.

4 thoughts on “페북에 쓰려다가…

  1. 김은영

    지난 글에서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를 언급하셔서 그 분 관련 자료를 찾아 보았습니다.
    그분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목회자가 많아야 하는데요, 현실은 정 반대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고 바뀔 희망만 있다면 견딜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게 더 힘듭니다.
    교수님이 속한 교회 안에는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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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제가 속한 교회에서 교회가 바르게 가야 한다고 했던 분들은 많은 수가 교회를 떠났습니다.
      희망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아 있는 분들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개혁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전체적인 흐름은 “안정”을 빙지한, “이대로가 좋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예배를 위해 온라인으로 가면 좋은데…
      대변예배를 고집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헌금’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제대로 된 교회라면…
      “비대면예배로 온라인 예배를 드립니다. 헌금은 여러분들의 이웃과 나누십시요”라고 해야…
      그것이 진짜 교회가 아닐까요?
      “십일조는 본 교회에!!!”라는 성경에도 없는 이상한 논리로…
      십일조와 헌금을 교회에 모으는 수법(?)은 아직도 한국교회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웃과 나누지 못하는 헌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무튼 안타까운 시간들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다시금 교회가 갱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이것도 그냥 대충 지나가려는 모습이 보여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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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은영

        어느 정도 예상한 바대로군요.
        그래서 더 외로우시겠습니다.

        저의 고객으로 서울 강남 초대형 교회 목사와 신도들이 다녀간 적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지만 비용은 신도들이 전액 대지 않았을까 합니다.
        일정, 식사 메뉴 등 ‘모든 것’을 그 목사의 입맛에 120% 맞추는 걸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거기엔 군대조직 같은 ‘무조건 복종’만이 있더군요.
        저의 눈에 그 목사는 목회자란 생각은 전혀들지 않았고 욕심많은 노인으로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런 종교 집단(교회, 성당, 사찰)에 열광하는지? 그게 더 무섭고 슬픕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그렇다 하더라고 젊은 친구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주체를 세웠으면 하는데,
        이 또한 부질없는 희망일지 모르겠습니다.
        건강 지키시면서 잘 지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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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ㅠㅠ
          슬픈 현실입니다.

          이런 전제를 좀 달아야겠습니다.
          사실 이런 글을 쓰면 부담스러운 것은
          수많은 선한 목회자까지도 싸잡아서 이상한 사람으로 인식할까봐서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시골에서 몇명 안되는 할머니 성도들을 섬기며 어렵게 목회하는 수많은 목회자들을 생각하면
          이런 글을 쓰는 것 조차도 망설여집니다.
          일부 도시의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의 모습 때문에 그들에게까지 영향이 끼칠까 봐서입니다.

          한국교회는 수적으로, 재정적으로 커졌습니다.
          그것을 “부흥”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켰을 뿐, 돈과 권력을 가진 것입니다.
          교회가 돈과 권력을 가졌을 때 어떤 모습으로 변해왔는지는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 이미 보아왔습니다.
          한국의 대형교회가 그런 상황입니다.
          타락… 그 자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목회자를 신의 대변자 처럼, 아니 거의 신적인 존재로 둔갑시킨 것 같습니다.
          절대복종…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학습된 성도들은…
          그렇게 목회자를 섬기는 데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그런 목회자들은 왕처럼 군림하며 교회재정을 마구잡이로 쓰고…
          성도들은 좋은 노동력이 되어 버리는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성도들도 문제가…그런 섬김의 배경에는….
          섬김 = 복 이라는 샤마니즘적인 종교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복…은 좋죠. 그런데 그 복이라는 것이 세속적인 복을 의미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결국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종교적 행위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일반화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만,
          이것이 전체적인 흐름이라는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바로 세우고, 성경말씀을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평안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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