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병원의 나쁜 경험

By | 2021년 5월 1일

병원에서 특히, 환자가 병균에 노출이 되면 안되는 상황에서는 “무균(aseptic)”에 대한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 뿐만 아니라, 병원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 그리고 환자 자신까지 무균에 대한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런데 아주 심한 경우를 보곤한다.

식당에서도 그런 경험이 없는가? 라텍스 장갑낀 손으로 요리를 하는데, 그 상태로 음식을 나르기도 하고, 결제도 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음식을 청결하게 만들기 위한 라텍스 장갑이 아니라, 자신의 손을 보호하려는 목적 이외에는 없는 것이다. 최근에 부산에서 먹던 오뎅국물을 데워다 달라고 하자, 국물을 끓이는 솥에 부어넣은 후에 국자로 저은 다음 다시 떠서 가져다 준 사건이 있었다. 결국 그 식당은 영업정지를 당했다.

그런데 치과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면 어떨까? 우선 이 한 장의 사실을 보라.

위 사진에 보면 새로운 흰색포에 새로운 기구들이 올려져 있다. 치과 치료를 위한 기본세트가 마련된 상태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오늘 이 과에 간 이유는 치주과에서 하고 있는 임플란트에 씌울 치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치주과에서 협진을 요청해서 처음 간 것이다.

처음 환자인 나를 앉게 했다. 그 때는 앞전 환자의 치료가 바로 끝난 상태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치과인턴인지, 레지던트 1년차인지 모르는(윗년차는 절대로 아님) 수련의가 문진을 시작하기 전에 흩어져 있는 치료기구를 가지런히 놓고 있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쓰던 것을 반듯하게 정리를 해서 다시 쓰려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엄습했다. 그 순간, 정리를 해 둔 기구를 다시 맨손으로 쓱~ 걷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기구세트를 풀었다. 물론 소독되어 봉해져 있는 봉지에서 말이다. 그런데 흰색포가 앞전 환자가 쓰던 것이다.

‘엥~!”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기구세트는 난생처음보는 것들이었다. ‘어~! 오늘 저 기구들을 이용해서 진찰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기구들을 치우고 새로운 기구세포를 풀었다. 앞전 환자의 것과 같은 것이고, 지금 윗 사진에서 보는 기구들이다. 그리고 문진을 했다. 문진(과거력과 이학검사)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계속 표시했다.

문진이 끝나고 윗년차로 보이는 수련의가 왔다. 그리고 “흰색포 새것으로 교체해야지?”라고 말했다. 그 수련의는 새로운 포를 가져와 깔았는데, 이미 사용했던 흰색포를 구기더니 그 위에 놓는 것이다. 바로 이 사진이 그 상황이다.

그렇게 놓은 상태에서 흰색포를 깔기위해 어디론가 옮겨놓았던 기구세트를 다시 가져왔다.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이제 여러 의심들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저 기구들은 임시로 어디에 옮겨두었다가 다시 온 것일까?” 이렇게 말이다.

기구를 가져와 놓고, 구겨서 올려 놓았던 사용했던 흰색포를 치웠다. 그리고 맨 위에 있는 사진상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지 며칠이 지났다. 괜히 이런 이야기를 하면 “까칠한 교수” 정도로 치부될까 무섭다.

위생에 대한 개념이 전무한 수련의, 지금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개선하지 못한다면 자신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병원내 감염에 대한 개념이 없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치 환자에게 가는 것이다.

이런 나쁜 경험은 치과치료를 더욱 더 무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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