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서 수면은 매우 중요하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매니애르병에 의한 vertigo가 발생한다. Vertigo는 단순한 어지러움증이 아니다.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거기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억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Vertigo자체가 직접적으로 기억력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Vertigo에 의해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이벤트에 대한 기억력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기억력 저하를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나에게 있어서 수면의 질을 관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수면은 도입(induction)은 매우 좋다. 다만, 수면이 진행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는 뜻은 깊은 수면의 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꿈을 꾸는 시간에 잠꼬대를 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을 쉽게 들지 못하거나, 수면 중 깨었다가 다시 잠을 들지 못하는 환자들과는 다른 치료방향이 필요하다. 그 동안은 젊기 때문에 치료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최근 vertigo의 반복적인 발생과 집중력저하 및 기억력강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치료를 해야 했다. 굳이 병명을 붙인다면, 렘수면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이다.
그런 이유로 최근에 애플워치를 구입했고, 수면 앱(app)을 통해서 수면의 상태를 계속 점검 중에 있다. 약 3주간의 모니터링을 통해 수면의 질, 즉 수면의 깊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미 짐작하고 있는 부분을 확인한 셈이다. 이것을 진료의사가 임상적으로 받으들이느냐 마느냐하는 문제는 또다른 문제이다.
멜라토닌을 먹고 있다.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체(pineal gland, pineal body)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우리의 수면의 사이클에 크게 영향을 주는 물질이다. 이것을 처방받아서 먹고 있다. 약물에 의해 수면의 질이 좀 더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졸림의 현상이 오전까지 지속됨으로서 삶에 영향을 끼친다. 그럼에도 좀 더 긴 시간을 복용해 보려고 하고 있다.
애플워치의 수면앱 Auto Sleep을 믿을 것인가?
글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 체감되는 결과가 아닐까? 앱의 결과와 관계없이 내 수면의 질과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느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3주간의 앱의 양상과 내가 체감하는 수면의 질을 계속 비교하면서 “비교적 일치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좀 더 지켜볼 예정이다. 그런던 중 아내가 제안을 했다. “내 손목에 채워봐요.”라고.
잠자고 있던 아내의 오른손목에 나의 애플워치를 채워보았다.
어젯밤 잠자리에서 아내의 제안에 시큰둥하게 반응했었다. 그런데 10시경 아내가 잠이 들자, 나의 왼쪽에서 잠자고 있던 아내의 오른손목에 애플워치를 채웠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난 4시까지 착용했다. 그 다음엔 다시 내 손목으로 옮겨 왔다.
결과는 예상을 적중했다.
평소에도 수면의 질이 매우 좋은 아내의 생활패턴을 그대로를 보여주는 결과였다. 얕은 수면(light sleep)은 아예 없고, 모두 안정적 수면(still sleep)과 깊은 수면(deep sleep)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의 3주의 결과와는 상이한 결과였다. 물론 예상된 결과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 이렇게 정리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