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서재화, 2022년

By | 2022년 5월 26일

이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거실에서 TV를 퇴출시키면서 거실을 서재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관련글 보기 : 거실의 서재화1, 거실의 서재화2]. 모악산자락으로 이사를 온 후에도 우리집 거실에는 여전히 TV는 없다. 소파와 책장만 존재한다.

그런데 4년 넘게 살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거실의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 이유를 최근에 찾아냈다. 1자 형태로 벽에 붙어 있는 소파의 위치가 식탁에 앉은 가족과 대화를 하기에 매우 부적합하기 때문이었다. 주로 주방쪽에는 내가 앉고, 마주앉은 아내는 거실을 등지고 앉기 때문이었다.

얼마전 둘째 아들이 왔길래, 현재 거실의 문제점과 거실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고 이러저런 잡기들만 쌓여가는 것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더우기 많은 책들은 내가 사용하는 작은방(일명 방2라고 부르는) 책장에 대부분이 꽂혀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따라서 새로운 책장을 들여오고 두 책장에 책을 정리하기로 했다.

아파트 구조

32평형인 우리집은 3.5베이 형태의 구조이다. 서실과 작은방 두개가 앞에 배치하고, 안방은 오히려 북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은 주방과 거실은 매우 큰 장점이다. 즉, 주방에서 보는 거실이나, 거실에서 보는 주방은 매우 넓은 느낌을 준다. 거실은 32평 아파트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가로세로 4.2×4.2m 사이즈이고, 주방과는 거의 일직선으로 연장되어 있는 모습이다.

기존의 거실의 배치도

앞서 설명한대로 원목책장과 소파가 있다. 조그마한 탁자와 안락의자 하나가 방치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실의 가운데 카페트 위에 탁자위와 주변에는 수많은 집기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런 집기들을 치우기만 하면 넓은 거실이 나오겠지만, 벽에 붙어 있는 ‘1’자 형태의 소파는 주방의 식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매우 불편한 곳에 놓여 있다. 첨부터 책장와 소파가 바뀌었다면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가정에서는 TV가 소파가 있는 곳에 놓인다.

거실 배치 변경안

따라서, 소파를 “ㄴ”자 형태로 배열하고, 방3에 있는 건반을 꺼내와서 창가에 배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존에 소파가 있던 자리에는 “절제책장”을 들여오는 것이었다. 철제책장에는 액자아 소품들을 진열하고, 기존의 나무책장에는 오직 책만 정리하기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새로 들여올 철제책장

이케아 가구의 제품이다. 화이트와 블랙이 있는데, 블랙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뒷벽이 밝은색 타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밝은색 타일 앞에 화이트를 놓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듯 싶어서였다. 주문은 옥션을 통해서 했다. 이 책장은 A, B, C 타입이 있다. 사다리형으로 되어 있는 기본 골조인 A타입을 3개 구입하고, 그 사이에 선반으로만 구성된 C타입 2개를 구입해서 A-C-A-C-A 형태로 배열하면 위의 사진처럼 된다. 위의 사진처럼 구성하는 것이 딱 좋다. 폭이 3m(60cm x 5)가 되기 때문이다.

철제책장 도착 전 소파 위치변경

철제책장이 도착하려면 몇일이 소요되었다. 따라서 그 전에 소파를 옮기고 거실 바닥을 청소했다. ‘ㄴ’자 형태로 배열을 하지 거실과 주방이 분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계획했던대로 소파를 놓고, 소파가 놓여 있던 자리를 열심히 청소해 두었다.

철제책장의 조립

철제책장은 모두 5개의 박스로 포장되어 있었다. 하나씩 조립을 해야 한다. 먼저, A 타입 세개를 조립한 후에 그것을 중심으로 중간에 C 타입을 끼워맞추어야 한다. 2시간 넘게 소요되었다. 물론 전동드라이버를 이용해서 한다고 하지만, 혼자서 하기에는 버거운 감이 있었다. 그냥 “레고놀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였는데, 책장의 뒤틀림을 막아주는 뒷면의 X자형 버팀대의 조립에서 애를 먹었다. 5개 모두 X자형ㄴ 버팀대가 있고, C 타입을 끼워넣은 후에는 A-C 타입 사이에 서로 연결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한번 풀었다가, 다시 재조립을 해야 하는 번거러움도 있다. 따라서 X자형 버팀대는 맨 나중에 조립하는 것을 권한다. 그 사이에 조립해 놓은 책장이 뒤틀릴 일은 없기 때문이다.

책장은 의외로 반듯하다. 즉, 맨 아래 받침대 나사를 끼워놓고 세우면 크게 재조정이 필요없을 정도고 수평과 수직이 잘 맞는다. 따라서 벽에서 띄어놓은 후에 5개의 책장을 하나의 책장으로 조립한 후에 벽 가까이 붙여 두었다.

철제책장을 조립해서 배치하고 보니

아직 책장에 책들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인데 뭔가 답답해 보였다. 처음 소파를 옮겼을 때, 소파에 의해 거실이 단절된다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창문쪽에 놓여있던 건반과 스피커가 전체적인 구조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건반과 스피커는 거실에서 치우기로 했고, 소파의 위치도 다시 바꾸기로 했다.

소파를 ’11’자형으로 배치하다

따라서 건반과 스피커를 치우고 거실쪽을 가로막고 있던 소파를 철제책장쪽으로 옮겨서 이른바 ’11’자 형태의 소파로 배열했다. 두 소파가 마주보도록 배열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나무책장의 액자와 소품들을 철제책장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옮겨진 후에 나무책장쪽 소파에 앉아서 철제책장을 바라다 보았다.

책이 꽂혀 있는 나무책장을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게 소품들이 가려지기 때문에 답답한 모양을 만들어 냈다. 주방쪽에서 바라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소파의 위치를 다시 바꾸기로 했다.

소파를 ‘ㄱ’자 형태로 배치하다

건반과 스피커가 창가에 놓여 있을 때의 답답함이 재연될까봐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더 아늑한 느낌이 연출되었다. 나무책장쪽 소파에 앉으면 창문을 통해 모악산 정상이 보이고, 앞에는 사진액자와 소품들이 보이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주방을 향하는 구조였다. 창가쪽 소파에 앉으면 당연히 왼쪽의 책장과 소파, 그리고 정면에는 주방쪽 식탁이,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철제책장이 잘 보이는 구조였다.

이렇게 ‘ㄱ’자 형태의 소파배열과 다른 집기들의 위치가 결정되었다. 이제 방2에 있는 책들을 옮겨오면 되는데, 그것은 일주일 뒤에 올 예정인 작은아들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그리고 열심히 거실바닥을 청소했고, 널려있던 여러집기들은 잘 정리가 되었다. 특히, 우쿨렐에의 경우는 나무책장 옆면에 걸이를 부착하여 걸렸다. 바이올린은 기존 스피커 받침대 위에 올라가 철제책장 옆에 두었다. 거실에 있던 안락의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분양이 되었다.

일주일 당겨진 책정리

다음주에 온다던 작은아들이 서울학회를 마치고 대전으로 가지 않고 전주로 온다는 연락을 해왔다. 토요일 오후 늦게 온 아들은 부랴부랴 방2 책장에 있던 책의 일부 중 거실책장에 둘 것들을 옮겼다. 아들을 픽업가면서 학교에 들러 연구실에 놔두었던 일부 책들도 가져왔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거실의 서재화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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