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은 15조개로 나뉘어서 실습을 한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스스로 조별로 실습계획서를 작성하고, 거기에 맞추어 실습을 한다. 즉, 각 조별로 실습을 하는 부위와 진도가 다르다. 다음 주는 해부학 땡시가 있다. 3주 전에는 “골학 땡시”를 보았고, 다음 주에는 “해부실습 땡시”이다.
땡시란 30초 안에 구조물의 이름을 맞추는 실기시험이다. 골학은 동시에 같은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데, 해부땡시는 앞서 말한대로 각 조별로 해부진도상황이 다르다. 부위도 다르다. 따라서 학생들이 처음부터 땡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미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있었다. 오늘 처음부터 계획했던대로 “조별라운딩”을 시행했다.
“조별라운딩”
예전에 해부실습을 했던 학생들은 생소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강제성이 없었다. 그냥 “다른 조의 카데바에서도 구조물을 열심히 보라.”라고 말만 했을 뿐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다른 조의 카데바 구조물을 확인하는 일이 적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서말한대로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각 조별로 10분씩 구조물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즉, 엘 네번의 순환을 하는 것이다. 무려 140분이 소요되었다. 오늘 실습의 절반 이상이 조별라운딩에 소요된 것이다.
교수로서 이번 조별 라운딩에 대하여 만족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 조별라운딩은 처음 시도해 보는 방식의 실습방식이다. 물론, 기존에 학생들에게 “필요하면 다른 조의 카데바 구조물도 관찰하라.”라고 말하였지만, 강제성이 없어 형식적이었다. 강제성을 띄고 있지는 많지만, 학생들이 정해진 규정에 매우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 조별라운딩은 해부땡시를 보기 전 시간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모두 세번의 조별라운딩을 계획했고, 그 중 첫번째 조별라운딩을 시행한 것이다.
- 조별라운딩은 실습 시작 때와 종료 때 하는 조원의 설명회의 연장선에 있다. 모든 실습조원들은 실습이 시작하면 그날 실습할 내용에 대하여 조원들에게 설명하고, 실습이 종료되기 전에 그날 실습했던 내용을 조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이다. 즉, 자신이 직접 실습하지 않은 부위에 대하여 다른 실습조원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별라운딩은 자신의 조 이외에 나머지 조의 카데바 구조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 조별라운딩은 15개의 모든 카데바를 각 조당 10분씩 순환식으로 돌아가며 해부된 구조물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2022년에는 15개조로 편성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조를 제외하고 14번 모두 140분이 소요되었다. 금요일 실습의 절반 이상을 조별라운딩에 사용한 셈이다.
- 기대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학생들이 참여한다. 4-5개 조를 돌면 ‘그 구조물이 그 구조물이네’라는 식의 반응이 나올까 우려했는데. 해부된 부위나 해부진행속도가 모두 다른 탓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확인하고, 조원들끼리 논의하면서 구조물의 명칭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각 조별로 카데바의 상태가 달라서 해부를 처음하는 학생들에게는 다른 구조물로 혼동할 수도 있고, 해부부위가 달라서 자신의 조에서는 하지 않은 부위의 구조물들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조별라운딩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이 참으로 열심히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의 해부땡시에 비하여 평균점수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분은 추후에 점수가 나온 후에 비교해 보면 예상의 적중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년의 해부실습 분위기는 지금까지 매우 좋다. 분위기도 밝고, 열심히 실습을 한다. 자신에게도 유익한 일이고, 시신을 기증하는 분들의 숭고한 뜻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고, 궁극적으로 나중에 의사가 되어서 만날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지금의 열심은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를 학기말까지 잘 끌고 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