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들

By | 2022년 12월 21일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그 나쁜 기억이 참 오래 갑니다. 가끔 가는 동네 내과가 있습니다. 예전에 살았던 동네에 있습니다. 2년마다 하는 정기검사나 식도역류가 심할 때 간혹 가서 약을 타는 병원입니다.

공단에서 “대변검사”를 하라는 재촉이 계속 있어서 검사키트를 받으러 갔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데 뒤차가 딱달라 붙어서 옵니다. 다른 수퍼와 공유하는 주차장인데 다시 되돌아나오려고 하는데 뒤에 주차를 해버립니다.

“차 좀 빼주세요. 되돌려서 나가야겠어요. 주차자리가 없어요.”라고 했더니 대뜸 반말고 “돌려서 나가!”라고 말한다. 되돌려 나갈 수 없는 공간이다.(나중에 해 봤지만 안되었다.) ‘너 나랑 오늘 한번 붙어볼래?’라는 식으로 수퍼 입구에서 차량 쪽으로 다가오더니 다시 들어간다. 60대 초반이다. 베이비부머시대의 산물이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대꾸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는 수 없이 수퍼 출입구 쪽에 딱붙여서 세워두었다. 차에서 내려서 봐도 내가 차를 돌렸다고 해도 그 뒤차가 막고 있어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른 차가 나가려고 시동을 거는데, 그 차 때문이라도 어차피 막고 있는 차량은 문제가 될 듯하다. 아무튼 병원에 들러 키트를 받아가지고 나오니 조금 전에 시동걸었던 차량과 막고 있던 두 차량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무례하고 무식한 사람들이 이 땅에 살아가고 있다. 배려나 존중은 바라지 않는다. 그렇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만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왜곡되고 변질된 인간본성은 일종의 사회악이다. 그가 얼마나 인생을 처절하게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늘 그사람이 보여준 무식과 무례의 극치는 한동안 내 마음의 큰 상처로 남을 듯하다. 나는 마음이 작아서 그런 사람들을 품어안아주지 못한다. 그게 더 슬픈 일일 수도 있다.

글을 다 쓴 후에 “세상에는 나쁜 개는 없다.” 방송의 썸네일이 있길래 붙여 본다.

2 thoughts on “이상한 사람들

  1. 김은영

    귀국 후, 모른 척하고 넘기기엔 자존심 상하고 싫은 장면들이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대해야 할 땐 저의 중심을 놓치기 쉽기도 하고요.
    그럴 땐 가급적 그런 상황에 엮이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소모전에 들어갔다 하더라고 최대한 나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절대로 그런 상대(사람이란 표현도 아깝습니다)는 실수나 잘못 인정하지 않습니다.
    마음은 씁쓸하지만 무시하고 빨리 빠져 나오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얼마 전에도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못 빼는 40대 여성이 도움을 요청하더라고요.
    주차장 기둥을 피하려면 사이드 미러를 접어야 했기에 제가 접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남의 차에 손을 대냐?”며 ….
    이런 최하급의 인간도 만났습니다.

    그 뒤로부턴 저도 타인의 도움 요청에 애써 외면하려고 하겠지요?
    이게 정상적인 사회일까요?

    그래도, 그래도
    좋은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렇게 믿고 삽니다.

    오늘 성탄절 잘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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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항상 그렇듯이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인데…
      그렇지 않은 상황들을 만날 때마다…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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