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할텐데…

By | 2023년 3월 24일

잔소리를 하고 나면 꼭 드는 후회와 비슷한 아쉬움이다.

‘알아서 잘 할텐데…. 내가 왜 잔소리를 했지?’

라는 아쉬움 말이다.

어제 의예과 1학년, 말그대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시간동안 강의를 하고 나서 드는 아쉬움이다. “자기이해와 개발”이라는 수업시간에 특강형태로 한시간 동안 수업을 했다. 담당교수가 출장이 있기도 했고, 그동안 2년동안 수업을 했기도 했기 때문이다.

강의주제는

“의대교육과정에서 학습법”

이다. 이런 것을 강의한다는 것 자체가 좀 우습다. 물론 강의의 흐름은 “공부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제대로 인지하고, 자신만의 6년동안의 학습을 스스로 개척해가는 것에 대한 조언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사회가 그렇듯이 “필요한 것만, 필요에 따라 하는 세상”이 아닌가? 즉, 시험을 위한 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 세상에서 의과대학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즉, 학습목표에 따른 지식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에 따라서 시험을 대비한 학습을 위주로 하는 학생들에겐 이런 나의 강의는 잔소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교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년 뒤에 해부학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그동안 학습에 대한 동기나 흥미를 잃어버린 학생이 학습이 안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런 잔소리는 필요하다. 그 때가 되어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이미 학습에 대한 동기나 흥미를 잃어버린 학생은 결국 자신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남(학교나 교수)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의예과 1학년, 의학개론 때에는 “의예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자. 그 때는 시간도 두시간이나 주어진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