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예과 2년+본과 4년 → 6년 단일 학제 변경추진에 대한 생각

By | 2023년 6월 14일

#이 글의 주장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가 속한 소속대학의 의견이 아니며, 각 교수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교육부가 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나눠진 의과대학 커리큘럼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라는 기사가 떴다. 기사내용을 보면 기대와 우려가 표명되고 있는데, 우려가 더 많은 듯하다. 이 문제를 하나씩 생각해보자.

왜 2년 과정의 의예과를 그냥 의학과(본과)로 편입하려고 하는가?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간단하다.

“의예과의 교육과정을 스스로 무너뜨린 의예과생 때문이다.”

의예과생 스스로 의예과를 무시함으로서 의예과의 교육과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의사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과정을 그저 학점이나 따는 과정, 귀찮은 과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된 이야기이다.

따라서 의과대학들은 의예과생들이 의사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교육과정(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시행해오고 있다. 그런데 각 대학마다 의예과 교육은 부실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의예과생 스스로 의예과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 등에 대한 자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디자인하고, 준비해가는 노력도,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그저 허송세월을 보내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게중에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의예과의 삶의 과정을 만들어가는 학생도 있다.

의과대학 교수인 내 입장에서 의예과생을 보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두 아들의 의예과의 삶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고,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의예과를 없애고, 의학과 6년제를 만들면 지금의 문제점이 해결될까?

내 개인적인 생각은 “No!”이다. 본질이 변하지 않는데, 현상이 변할리가 없다. ‘왜 의대에 왔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형편이 없는데, 본질을 추구하기란 어렵다. 왜 자신이 의대에 왔으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에 대한 방향성이나 계획이 없이 의예과를 다니는데, 교육과정이 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하나가 바뀌는 것이 있을 것이다.

“병원에 인턴시험을 볼 때 의예과 성적도 들어가기 때문에, 의예과 성적에 신경을 쓸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싶을 것이다. 현재 많은 대학병원에서는 인턴시험을 치를 때 의학과 성적을 제출한다. 즉, 의예과 성적이 들어가지 않는다. 의예과 2학년 2학기로 해부학이나 생리학 같은 과목이 내려온 대학에서도 의예과의 성적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의예과를 의학과로 통합한다고 지금의 모습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40여개의 의과대학은 저마다 좋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그 교육과정이 제대로 돌아가기만 해도 지금과 같은 논의들이 필요없을 것이다.

학생 스스로 대학이 정한 교육과정 이외에 자신에게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과 과학적 지식을 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지금의 논의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일 것이다. 지금은 대학이 정한 교육과정 마져도 등한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이 과연 대학인가?”

과연 우리나라의 대학이 고등교육과 학문연구가 있느냐?라는 질문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해야 한다. 고등교육이나 학문연구는 사라지고, 그저 취직을 위한 졸업장을 따는 곳이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의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더구나 의예과 과정에서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저 주어인 교육과정에 있는 과목이수나 하는 것이 고작이라는 뜻이다. 스스로의 의대 6년과정을 이해하고, 거기에 자신이 디자인한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준비는 없다는 뜻이다.

“의예과생 스스로 변하지 않은 교육과정 개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말로 내 생각을 대신한다.

아무튼 의예과를 없애는 교육과정 개편논의에 앞서 교육부이던지, 학생이던지, 학부모이던지, 교수이던지 간에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 왜 원래 의과대학 의학과 교육을 받기 전에 의예과 교육이 필요했던가?
  • 의예과 폐지론이 고개를 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의예과없이 의학과 6년제를 통해 지금의 문제점이 해결될 것인가?

고민의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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