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에서의 해부학교육-교수편

By | 2023년 7월 12일

어제 어떤 임상교수와 이야기를 하던 중 이런 말을 꺼낸다.

“해부학을 임상교수들이 자기 분야를 가르치면 학생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배울텐데…”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아니요. 잘못 판단거예요.”라고 단호하게 말을 했다.

의전원이 시작되었을 때 그렇게 시도를 해 본적이 있다. 결과는 “실패”였다. 자신의 전공분야와 맞추어 해부학을 강의하는 강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해부학을 배우는 학생들(본1 또는 예2)의 입장에서 말그대로 “맨바닥에 헤딩”을 하는 단계이다.

인체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는 관점을 키워야 하고, 무엇보다도 기본이 되는 “해부학용어”를 체계적으로 순서대로 배워가야하는 단계에서 임상적 질병을 중심으로 해부학을 배우는 일은 그리 효과적인 교육방식이 아니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가 있고, 중학생을 가르치는 중학교 교사가 있는 것처럼, 의과대학에서도 각 단계에 맞는 교수법이 필요하다.

사실 어제 나와 대화를 나눈 교수는 평소 기초의학교실과 기초의학교수들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잘 알기에 말을 잘랐다.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일은 피곤한 일이다.

임상교수들이 해부학을 몰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해부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인체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경험을 해부학교실 교수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의전원 때 도입했다가 원래 상태로 되돌렸던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하자.

임상실습을 나온 학생들에게 해부학적 질문을 한 후에 대답을 못하는 학생들을 향해 “니들은 해부학 때 뭘 배웠냐?”며, 마치 해부학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것 같은 뉘앙스로 말하는 교수들도 있다고 한다(학생들이 전해준 것이니 정확할 것 같다).

제발 그런 식으로 자꾸 기초의학을 폄훼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해부학교실의 교수들은 교육에 대하여 매우 열정적이고, 맨땅에 헤딩하는 학생들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인체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앞으로 배울 인체의 기능과, 더 나아가 임상적 질환들을 잘 배우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조금 우스운 일이긴 하다. 편가르기를 하는 교수와의 대화를 하고 나서 한번 정도는 적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적어두는 것이다.

3 thoughts on “의과대학에서의 해부학교육-교수편

  1. ㅇㅇ

    저희 학교는 예전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수업한 적이 있었는데 원래 해부학 교수님들보다 훨씬 잘가르치셔서… 임상의학교수냐 기초의학교수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개개인의 강의 역량이 중요한 문제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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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그 교수님이 해부학 전체를 강의했나요?
      해부실습은 참여하셨나요?
      글에서 말한 실패란 모든 교수들의 실패가 아닙니다.
      일부 교수님들은 다른 챕터와의 균형, 교과서의 일관성 등을 잘 지켜주었고…
      또 정해진 학습목표에 따라 강의가 진행되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결국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잘 가르친다.”라는 것은 꼭 강의자체를 잘한다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해부학에 대한 균형잡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교수는…. 시험에 나올 것만 가르치고…또 대부분의 학생이 100점을 맞게 하는 교수입니다.
      그런 경우가 실제 존재합니다.
      극단적인 예를 든 이유는…
      해부학교수가 해부학을 잘 가르친다…가 아니라… 해부학 교육에 대한 균형잡힌 교육관을 가진 교수가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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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형태 Post author

      첨언하자면,
      저희 대학은 해부학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영상해부학” 강의가 뒤따릅니다.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개념을 갖고, 이제 영상에서 보이는 구조물에 대해 학습하는 것입니다.
      만일에 위에서 언급하신 영상의학교수님께서 저희대학의 “영상해부학” 수업을 하신다면….
      정말 좋은 강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마도 해부학 수업에 대하여 정확하게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잘 가르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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