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따른 의료계와 의과대학이 동요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 관점은 단순하다. 밥그릇싸움으로 매도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단순히 자신의 수입감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럴까? 현재 3,000여명의 의대정원을 갑작스럽게 5,000명으로 늘리는 무모한 행정처리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라고 본다.
아무튼 이 와중에 지도학생들이 “지도교수 의견서”라는 것을 작성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 전화상으로 또는 온라인상에서 개개인의 의견을 듣고 지도교수 의견서를 써주었다. 그것이 있어야 휴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묻는 질문은 하나이다.
“휴학이 너의 개인적인 결정이냐? 그리고 거기에 대한 책임은 네가 질 수 있느냐?”
이 질문에 “네”라고 대답한 학생에게 나는 지도교수로서 당연히 의견서를 써줄 의무가 있다. 각 개인의 선택이고 결정이기 때문에, 그 선택과 결정에 대하여 존중해주고 내가 해주어야 할 일을 해두면 되는 것이다.
개학이 2주 남은 상황에서 학사일정이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학차원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사실 대학과 교수들은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 보호한다고 설득이나 회유를 해서도 안된다. 학생들의 개인의 결정을 존중해 주되, 학생들을 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주말에 전국의과대학 학장협의회 회의가 있었다고 하는데, 어떤 결정을 했을지 궁금하다. 많은 대학의 학장들도 나의 생각과 같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의 각 의과대학의 교육환경(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을 고려한다면, 2,000명의 갑작스런 증원은 의대교육의 비극을 가져올 수 있다.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증원을 해야 한다면 미리 대학의 교육환경을 거기에 맞게 수정해왔어야 했지만, 지금 교육부의 자세는 “어디 한번 붙어보자”라는 식이다.
7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아무튼 학생들이 휴학을 결정했지만,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의과대학과 교수들은 힘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내린 학생들의 결정에 대하여 학생 자신들은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도 보여주어야 한다. 성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