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늘 “크고 작은 위기 때 난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가?”하는 질문을 내게 던지곤 한다. 사람의 본성은 위기 때 나타난다. 그 본성은 타고난 것도 있지만 훈련된 것도 있다. 매뉴얼의 나라, 일본이 위기이다. 그 위기 때 보여주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내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경제대국, 질서의 나라, 그 일본이 위기 때 그들의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어렸을 때 부터 알게 모르게 자리잡은 반일감정은 일본을 보는 시각을 왜곡 시켜왔는지도 모른다. 침략국 일본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인들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은 경제대국 일본인들의 모습을 왜곡시켜왔다고 생각한다. 2003년 일본 교토에 학회 갔을 때 보았던 일본인들을 잊을 수가 없다. 깨끗한 일본, 질서정연한 일본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의 일본을 보면서 내 자신을 다시금 돌이켜 본다. 위기 때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스스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두 아들과 아내에게 난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졌을까? 가장 가까이서 보아왔던 아빠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의연하고 차부한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사납고 추한 모습이었을까? 타고난 성품도 있지만 분명히 훈련에 의해 다듬어 지는 부분도 크다. 일본인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아침에 서울에 버스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버스안에서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에 잠겨 본다. 내 모습을 어떨까?하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