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디폴트(default)란 말은 원래는 “채무 불이행”이란 뜻이고, 컴퓨터가 개발된 이후에는 ‘기본값’ 또는 ‘초기값’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어느덧 우리사회에서는(영어권에서는 아니겠지만) 어느덧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기본값”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 자신도 디폴트라는 단어를 그런 뜻으로 어느덧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굳이 이 단어를 떠올린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의 흐름속에서 “원래대로 되돌아 가자”라던가,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굳이 “자연으로 돌아가자”라고 외치는 이유가 바로 원래 상태, 또는 자연상태로 되돌아 가자는 뜻이다. 왜 사람들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 가고 싶어하는 것일까?

이유는 딱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원래 상태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고, 원래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상태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을 되돌려 놓자는 것이다.

간혹 자동차를 튜닝하는 것을 보게 된다. 간단하게는 휠을 바꾼다던가, 램프를 바꾼다던가 아니면 좀 더 심하게 튜닝을 한다. 문제는 그것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명 ‘개멋’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프로페셔널 디자이너들이 모여 수년간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며 만들어 놓은 상태가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다. 물론 원가절감을 위해 어느 정도 선에서 머물렀고, 그 나머지 부분을 채우는 작업을 혹시 사용자들이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것은 아마추어의 손에서 이루어진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의 휠도 처음 붙어 나오는 것이 그 차의 디자인에 가장 잘 어울린다. 원래 달려나오는 직물시트가 나중에 해놓은 가죽시트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상태, 즉 원래 건강한 상태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이 현대인의 고민 중 하나가 아닐까? 과도한 업무, 불필요하게 과다하게 섭취하는 음식들, 건강을 위해 먹는다는 수많은 건강보조식품들, 거기에 커피와 담배를 비롯한 기호식품 등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것을 개선해보다려는 수많은 노력을 다시금 해야 한다. 원래 상태대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어떤 위기감에서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서 또하나의 과제가 바로 “죄성”이다. 아담과 하와에서 시작한 인간의 죄성으로 말미암은 끝없는 죄와 거기에 따은 죄책감은 인간의 삶을 위축시킨다. 따라서 인간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죄가 없던 시절, 죄가 없던 곳,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곳… 바로 에덴동산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들이 우리의 DNA안에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다시 에덴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우리의 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바로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무릎끓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다. 본질에 좀 더 가까이 가고자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원래의 것, 처음 상태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멀리 오기도 하고, 때론 되돌아갈 여지가 남기도 한다.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하고, 멀리 와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떄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도 필요하다. 컴퓨터처럼 리셋을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우리는 “디폴트값”으로 되돌아가 갈 수는 없지만 말이다.

새벽에 “디폴트”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또 이 단어의 원래 뜻을 찾아보고, 내가 생각했던 뜻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렇게 다시한번 인생을 생각해 볼 기회를 갖을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