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3주간 삐걱대며 돌아가던 건조기를 수리했다. 통을 돌려주는 롤러가 문제였다. 10년간 써오면서 롤러를 몇번 교체한 적이 있다. 사실 빨래 건조기라는 것이 별 것 없다. 통을 돌려주는 모터와 벨트, 그 돌아가는 통을 돌리면서 잡아주는 롤러, 통에 온도를 올려주는 히터, 그리고 먼지를 걸러주는 필터로 되어 있다. 거기에 온/오프 스위치와 타이머가 붙어 있을 뿐이다. 세탁기보다도 훨씬 더 간단한 구조이다.
만 10년이 되었다. 캐나다에서 돌아온 이후에 세탁기는 LG제품을 샀고, 건조기는 월풀을 구입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루를 쉬지 않고 돌아간다. 요즈음 들어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부부 둘이서 사는 집에서 왠 빨래가 그리 많냐?고 궁금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은 세 집 빨래이다. 큰아들과 둘째아들로 부터 오는 빨래까지 하면 거의 일주일 내내 돌려야 한다. 특히 낮에는 돌릴 수 없으니 초저녁에 주로 돌린다.
아내도 건조기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다. 항상 부드럽고 고실고실한(이 느낌이 이 단어로 전달이 될까?) 느낌의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봐야 건조기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전기세는 많이 나온다. 빨래를 많이 하니 수돗세도 조금은 많이 나오는 편이다. 우리 동에 사는 통장이 잘 알고 있다. 간혹 인사말로 “요즈음은 전기세가 많이 줄었어요”라고 인사를 건낼 정도이다. 그렇다고 수십만원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많이 쓰는 집이다. 워낙 전기들을 아끼고 사는 동네라서 그렇다.
그런 건조기가 몇주간 롤러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아랫집에 피해가 갈까봐서 조심스럽게 눈치를 봐가며 사용해 왔다. 물론 그 소리가 계속 나는 것은 아니고 간헐적으로 나긴 하지만 듣기 싫은 끽끽대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아랫집에 그 소리가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 알 수는 없지만, 윗집에 사는 우리로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오늘 수리가 되었으니 맘 편하게 돌리고 있다(이 글을 쓰는 방이 건조기가 있는 뒷베란다와 연결된 방이어서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가 바로 전달된다). 간혹 문제없이 잘 돌아갈 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살다가도 그렇게 문제가 발생하면 그동안 별탈 없이 돌아간 건조기가 고마울 뿐이다.
이제 조용하게 돌아가는 건조기의 소리 때문에 마음이 편해졌다. 고장난 상태에선 간혹 들리는 끽끽 소리가 들릴 때 마다 건조기를 껐다가 켜기를 반복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30여분 꺼놨다가 다시 돌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꺼놓고 다음날 낮에 돌리기도 했다. 그런 상황을 생각해 보니 지금은 몸과 마음이 편해진 셈이다. 따라서 이렇게 글로 하나 남겨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