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부지런하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부지런하다. 결코 체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정신력이 강할 뿐이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부지런하면서 지혜롭다.
집안일은 두가지 특성이 있다. 하나는, 집안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 둘째는, 집안일은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질 않는다. 그런 특성의 집안일을 집사람은 오랫동안 해왔다. 그러면서 한마디 불평을 하지 않는다. 이제 철이 든 남편이 조금씩 도와주곤 있지만 아내는 자신이 하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 들인다.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일들을 결코 하찮게 여기는 법은 없다. 그것도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코 그 일이 쉽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때론 힘들고, 때론 지치고, 때론 하기 싫을 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일에 대하여 불평을 한 적은 없다. 그렇게 살 수 있는 비결이 바로 1/3, 1/4, 1/2법칙이다.
아내는 설거지가 쌓여있을 때 그것을 한꺼번에 하지 않는다. 물론 할 때도 많지만, 하다가 지치거나 힘들면 그냥 멈춘다. 왜냐면 나중에 한다고 해도 지구의 종말을 부르는 나쁜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도 그렇다. 아내에게는 대청소란 없다. 대청소를 한답시고 온 집안을 왈칵 뒤집어 놓은 일도 없다. 그냥 부분적으로 할 수 있는 양만큼한 한다. 그래서 육체와 영혼이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청소를 한 후 뻗은 후 낮잠을 자거나, 남편에게 다리를 주물러달라는 법도 없다. 그저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때론 1/2만, 때론 1/3, 심지어는 1/4정도만 해결하고 놔둔다. 그거 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
집안일은 끝이 없다. 해도해도 표시가 나질 않는다. 그런 집안일을 하는 주부들에겐 지혜가 필요하다. 한꺼번에 하면서 자신과 가족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 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 아닐까 싶다. 삶이 집안일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의 하루는 정말 빡세다(이 표현이 정말 맞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넋두리나 불평을 쏟아내는 법은 없다. 그 비결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