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세상사는 이야기

[어릴 적에. 93] 산토닌과 원기소

우리집은 약방이었다. 지금의 약국처럼 많은 약들이 있었다. 그 중 산토닌이란 기생충약이 있다. 젤리처럼 생겼고, 실제로 젤리맛이다.  가끔 약방을 지켜야 할 때가 있다. 약을 사러오는 사람이 없으면 심심하기 그지 없다. 그럴 땐 진열장 아래쪽 서랍에 있는 산토닌을 하나씩 꺼내 먹는다. 젤리과자 대신에 산토닌을 먹는 것이다. 그런 이유였을까? 학교에서 단체로 하는 기생충 검사에서는 기생충이 없다고 나왔다. 당시에 학생들의 기생충 검사결과에… Read More »

[어릴 적에. 92] 버스가 끊겼어요

우리집 앞을 지나는 버스는 진도읍을 출발하여 오일시(5일 장이 서는 마을이름)를 거쳐 세등까지 온다. 세등에서 Y자의 길이 있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벽파진을 가게 되고 왼쪽으로 가면 녹진항을 가게 된다. 우리동네 앞을 지나는 버스는 당연히 진도읍과 녹진항을 오간다. 그런데 가끔 버스가 끊기는 때가 있다. 바로 겨울이다. 추운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세등에서 Y자로 갈라진 왼쪽길을 내려오지 못한다. 세등은 작은 재(언덕)이다. 지금은 길도… Read More »

[어릴 적에. 91] 하관을 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라고 기억된다. 친구들과 함께 놀던 중 우연히 상여를 따라가게 되었다. 상여는 마을을 지나 연산리쪽으로 가는 길가에 있는 공동묘지로 갔다. 돌아가신 분은 “정길이 아저씨”이다. 정길이 아저씨가 아침에 소달구지를 몰고 나갔다가 갑자기 쓰려져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때 아저씨는 젊었다. 아마도 30대 중반이 아니었을까? 큰 아들이 나와 나이가 비슷했기 때문에 그렇게 유추해 보는 것이다. 상여가 무서워서 마을에 상여가 지나가면… Read More »

[어릴 적에. 90] 충약과 충치약

가끔 마을에 약장수들이 온다. 밤에 횃불(철사에 달린 솜뭉치에 기름을 뭍혀서)을 켜고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간단한 마술에서 춤사위까지 다양한 볼거리이니 사람들이 몰려온다. 어두운 밤에 횃불만이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한참동안 볼거리를 보여 준 후에 드디어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다. “해남에 사는 21살 먹은 처녀가 배가 불러오자 부모들은 임신을 했다고 딸을 쫓아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뱃속에 충이 수십마리 들어 있었다. 충은 이렇게… Read More »

[어릴 적에. 89] 모세미 해수욕장

우리 사회에서 “여가를 즐긴다”라던가 “레저활동”, “휴가”와 같은 용어들이 언제부터 쓰였으며, 또 언제부터 사람들이 그런 제대로 삶을 누리기 시작했을까? 먹고 살기위해서 발버둥치며 살아왔던 우리사회가 지금은 즐기기 위한 사회로 바뀌었다. 시골에 살았던 우리에게 이런 삶의 시작은 바로 “해수욕장”에 가는 것 부터 시작했으리라 본다. 더구나 학교에서 가는 소풍이 아니라 가족단위의 이런 생활이 드물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계모임때 이런 나들이를 많이 가는데… Read More »

[어릴 적에. 88] 전세택시가 논에 빠지다

어느 설날이었다. 3학년때인지 아니면 4학년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여느때와는 달리 설에 택시를 대절했다. 택시업을 하는 삼촌(아마도 5촌인 듯)의 택시를 하루를 빌린 것이다. 당시에 진도에서는 택시가 명절에 폭리를 취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그 돈을 감안해서 비싸게 하루동안 택시를 전세를 냈다. 전세를 낸 이유는 성묘를 위함이었다. 아침일찍 집을 나선 택시는 친가와 외가쪽 산소를 모두 돌았다. 중간에 밥을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Read More »

[어릴 적에. 87] 소풍이 싫어요

봄과 가을, 학교에는 늘 소풍을 간다. 소풍을 가는 것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학교를 떠나 자연에서 보내는 일이 즐겁기도 하거니와,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음식과 과자, 음료수를 먹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게는 소풍이 그리 달갑지 않은 날이다. 소풍은 주로 녹진항(울돌목)아니 도깨불치, 용장산성, 용인리 바닷가 등 거의 정해진 장소들이다. 한시간 가량을 걸어가면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듣는다. 그리고 반별로 다시 모였다가 바로… Read More »

[어릴 적에. 86] 코피를 쏟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학년초에 담임선생님의 군입대로 말미암아 교감선생님이 담임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이 이야기 “교감선생님과 교감신경계“를 쓴 바 있다). 교감선생님이 담임을 맡았지만 아무래도 학생들은 통제를 어느정도 벗어난 상태였다. 어느날 수업이 끝나고 청소를 할 때였다(1학년때는 고학년 형들과 누나들이 와서 해주지만 2학년 때 부터는 학생들이 직접 청소를 한다). 청소는 먼저 책걸상을 뒷쪽으로 밀쳐놓고 앞부분을 청소한 후에 다시 책걸상을 앞쪽으로 밀어놓고 교실… Read More »

[어릴 적에. 85] 만화를 섭렵하다

4학년 겨울방학으로 기억한다. 그 겨울방학에도 어김없이 할아버지집에 갔다. 거기에서 일주일 가량 머물렀다. 할아버지댁 방안에는 한쪽에 고구마가 싸여있다. 어느 겨울에나 그렇다. 방안에서는 황토냄새가 풍긴다. 고구마에 묻은 황토의 냄새가 방안 가득하다. 고구마는 옥수수대로 엮은 울타리를 만들어 방의 윗목 한모퉁에서 보관한다. 밖에 두면 얼었다 녹으면서 빨리 썩기 때문에 방안에 보관하는 것이다. 겨울방학 중 일주일은 늘 그렇게 할아버지집에서 놀곤 했다. 긴 겨울,… Read More »

[어릴 적에. 84] 도룡뇽 알 죽이기

초등학교 1학년 여름, 난 학교의 수돗가가 아닌 큰 절로 올라가는 길목입구에 있는 우물(“윤시평 선생님” 이야기에서 잠깐 나오는)에서 물을 마신 적이 있다. 두레박으로 물을 길러서 시원하게 마신 후에 훤히 들여다 보이는 우물의 돌에는 이끼가 끼어 있었다.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저런 이끼가 낀 우물의 물은 깨끗할까?”라고 말이다. 학교의 수돗가는 시멘트로 만들어져 꼭지를 틀면 나오도록 되어 있는데, 이렇게 두레박을 써야 하는…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