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에 수업만으로 진행되었던 조직학실습이 3쿼터에 진행되고 있다. 모두 9번의 실습과 1번의 평가로 10주간 진행된다. 매주 수요일이 되면, 5교시에는 이론적 지식을 쌓기 위해 강의실에서 진행한다. 그리고 나서 1호관 3층 실습실에서 학생수가 많아 A반과 B반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강의실에서는 주로 1학기에 배웠던 내용을 복습하고, 오늘 관찰할 슬라이드들의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듣게 된다. 그리고 실습실에서는 각자 현미경을 가지고 조직 슬라이드를 보면서 학습목표에 맞게 실습이 이루어진다.
나는 내가 강의했던 소화계통을 두번에 걸쳐 실습하게 된다. 소화계통 첫번째 시간에는 소화관의 조직학적 구조를 실습한다. 학습목표는 아래와 같다.
- 소화관 벽의 일반적인 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
- 위의 주요세포를 구분하고 설명할 수 있다.
- 작은창자 상피의 특징과 샘창자샘(Bruner’s gland)를 설명할 수 있다.
- 큰창자를 구분하고 설명할 수 있다.
이 학습목표 중 두번째 “위의 주요세포”에 대한 것은 생략했다. 학생들에게 최소한 점막과 점막밑조직, 근육층, 바깥막 또는 장막이라는 소화관의 네 층의 구성에 대하여 충분히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5교시 한시간 동안 50여장의 슬라이드를 준비해서 설명해 주고 나서, A, B반으로 나누어 14:40 – 16:20, 16:40 – 18:20 시간(시간 배분은 배우는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을 나주어 실습을 했다. 거의 5시간을 떠들어 댔다. 실습이 끝나고 연구실에서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조금 쉬었다가 퇴근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목도 아프고, 몸이 몹시 피곤하다. 학생들은 한번 듣지만 나는 똑같은 말을 두번 반복해야 한다. 실습이기 때문에 필요하면 중간에 설명을 더 넣어야 하거나, 실습 분위기를 끌어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사실 학생들은 조직학의 중요성에 대하여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의사가 되려면 조직학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 요구하는 학습목표는 그 수준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시간을 떠들어 대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중에서 중요성을 깨닫고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보상이 된다.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가르칠 것이다. 페이스북에 글 하나를 남겨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