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는 나이가 되면 더욱 이 진리를 실감한다. 젊어서는 많은 것을 기억했다. 늘 노트를 적는 아내에게 핀잔을 주곤 했다. 요며칠 사이에 예전의 기록들을 꺼내어 보고 있다. 2001년 여름부터 2003년 여름까지의 캐나다 노바스코샤 핼리팩스(Halifax NS Canada)에서의 삶에 대한 기록들이다.
처음에 “핼리팩스 이야기”라는 두 권의 책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에 찍어놓은 사진들을 찾았다. 이미 iPhoto에 따로 저장되어 있다. 그것을 불러들여 쭉 훑어보았다. 그리고 필요한 사진들을 크게 보았다. 그리고 아내가 일기장을 꺼냈다. 핼리팩스에 가기 전부터 다녀온 후까지 상세히 적혀있는 일기이다. 우리의 기억의 한계를 일기가 뛰어넘게 만든다.
그리고 오늘 연구실에 있던 노트 한 권을 가져왔다. 이 노트의 앞표지는 이미 찢어져서 뜯겨졌으나, 그것을 노트 안에 넣어두었다. 거기에는 당시에 썼던 연락처를 중심으로 적혀 있다. 물론 34박 35일의 미국여행을 할 때 이야기들과 느낌들을 적어 놓기도 했다. 그것을 기반으로 여행기를 책으로 묶어 두었다. 그 노트에는 당시 핼리팩스한인교회 성도들의 연락처도 따로 들어 있었다. 뒷면에는 유학생이나 유학생 부모들, 핼리팩스를 방문했던 사람들의 연락처도 적혀 있다. 이름을 보면서 한사람 한사람을 기억 속에 떠올려 본다. 그리운 사람들이다.
이런 기록은 단순히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들을 되살릴 뿐만 아니라, 잘못 저장되어 있던 기억들을 바로 잡아주기도 한다.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 시간들이다. 예전이 이미 다른 글에서 이 말을 사용했지만, 이번엔 제목으로 끌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