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개론” 강의에 참여했었다.
의예과 1학년 1학기에 설강되어 있는 “의학개론”은 새롭게 교육과정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과목이다. 말 그대로 “의학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하는 수업시간이다. 나는 이 과목에 2019년에 참여했다[관련글 : “의학개론 강의 준비“].
2019년에는 “의학연구 과정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의학연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의학연구와 관련된 과목에 대하여 소개하는 강의였다. 그리고 “의학개론“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 과목의 ‘과정성과‘에 대하여 정리해 둔 바 있다.
- 의학교육에서의 의예과의 역할과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다.
- 의학, 의사, 생명, 전문직업성에 대하여 성찰하고, 이에 대한 자기 생각을 작성할 수 있다.
- 의학 전공과 관련된 다양한 진로를 학습하고, 현재 자신의 관심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 의사양성을 위한 의학과교육과정과 졸업 후 평생교육과정을 정리하여 설명할 수 있다.
- 공중보건과 보건의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의학의 역사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다.
2020년에는 강의를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에 없다. 강의록도 없는 것으로 보아, 강의에 참여하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2021년에 갑자기 “의예과에서 잘 놀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물론 비대면수업이어서 동영상강의를 했다. 따라서 강의동영상을 만드는 과정을 블로그에 적어둔 바 있다. 그리고 강의를 마친 후에 적어놓은 글도 있다.
“의학개론”을 다시 생각하다.
2021년 3월에 의학개론 수업을 마친 후 적어 놓은 글에서 던진 화두는 “이 수업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가느냐?”였다. 교수들에게도 숙제이지만, 학생들에게도 숙제이다. “의학”이라는 화두에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찾아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암기하여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젯밤 두 아들들과 단톡방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거나, 또 연구실에서 갇혀사는 교수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따라서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이 문제가 내 머릿속을 가득채우고 있다.
내가 맡은 일부 강의내용 보다 의학개론이라는 이 과목의 정체성에 대하여 다시금 의문을 제기하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2021학년도의 의학개론 강의주제를 옮겨 본다.
- 의예과 교육과정에서 의예과란 무엇인가?
- 의학이란 무엇인가?
- 의사란 무엇인가?
- 직업관 및 생명에 대한 논쟁
- 기초의학의 이해
- 임상의학의 이해
- 의학교육 과정의 이해
- 의학연구 과정의 이해
- 의학에서의 소통과 협력 과정의 이해
- 의학의 사회적 책무성 이해
- 한국 및 지역 보건의료의 이해
- 미래의학의 방향과 전망
- 의예과 잘 보내기 (토론 수업 대신 추가된 주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이 정도의 주제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의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의학과 의사라는 주제에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이런 내용이 교육과정에 들어있다면 이 교육내용이 일관성을 가지고 흘러가야 한다는 점이다.
어렵게 의과대학에 들어온 의예과 학생들이 스스로 이런 문제에 고민하면서 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을까? 물론 소수의 학생들은 그럴 것이라고 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아직도 모든 교육이 피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과목의 교육과정 마져도 그저 시험을 치르기 위한 과목으로 전락될까 염려스럽다는 뜻이다.
당장 정답을 내놓을 수 없는 내 자신이 답답해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