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의 수많은 글 중에는 내가 써놓은지도 기억 못하는 것들도 있다. 오늘도 “유급”이란 단어가 들어간 글들을 검색하다가 링크되어 있는 글을 보게 되었다.
이 글을 다시 읽으니, 이 글에 나오는 두 젊은 교수가 누구인지는 생각이 나질 않지만 그 상황은 분명하게 기억된다. 자신이 교수로 살아가는 모습이 비참해져 보이기까지 할 정도의 심한 상처로 얼룩진 상태로 나를 찾아왔었다.
의사가 되지 말았어야 할 학생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에서 제대로 된 의사로 성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은 본질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이 글을 쓰고 있노라니 의전원 입시 때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윗글의 세번째에 나오는 이야기는 결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면접날에 아침에 호텔에서 보았던 그 학생은 결국 우리대학을 졸업하고, 어디에선가 의사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가 누구인지는 잊었다. 사실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다만, 그가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의사로서 살아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저 좋은 직업 중 하나로 인식하는 “의사”는 결코 만만한 직업은 아니다. 앞으로 더 힘들어지는 상황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의사로 살아갈 준비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로서의 삶의 가치에 대한 철학이 정립되어야 하고, 또 그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해야할 지 명확한 방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도 행복해야 하고, 또 자신이 만나는 환자나 환자보호자들이 자신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의사”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철학적 가치를 망각한 채, 환자를 돈버는 대상으로 본다면 그 자신이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뒤지다가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우기에 두서없이 몇자 적어두는 것이다. 이 글을 의대생이 혹시 본다면 자신을 향해 질문을 한번 던져보길 바라는 것이다.
“나는 왜 의사가 되려는 것일까?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