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세상사는 이야기

[어릴 적에. 43] 세등리 입구 큰 나무

우리 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길에 세등리라는 마을이 나온다. 세등리보다는 그냥 “세등”이라고 불렀다. 세등은 지리적으로 진도읍과 오일시에서 벽파와 녹진 방향으로 오다가 Y자 형태로 길이 나뉘어지는 동네이다. 우리 마을에서 세등으로 가려고 둔전저수지를 왼쪽으로 두고 계속 가면 길이 두갈래로 나뉜다. 세등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면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그 길 입구에 큰 나무가 있다. 이 나무의 한 가지는  길쪽으로 수평으로 길게 뻗어… Read More »

[어릴 적에. 42] 금골산

내가 다녔던 금성초등학교와 군내중학교 뒷편에는 금골산이 있다. 두 학교의 교가에도 어김없이 금골산이 등장한다. 금골산은 해발 193m의 돌산이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자주 오르던 산이었다. 중학교 이후에는 올라간 기억은 없다. 금골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을 나타내지만 주로 정면에서 보아왔다. 어릴 때 살던 장언리에서 학교를 오는 방향이나, 이사를 갔던 금골리에서도 정면에서 바라보게 되어 있다. 상세한 정보는 진도군에서 제공하는 자료에서 확인할… Read More »

[어릴 적에. 41] 진돗개에 물리다

우리집에 잠깐 키웠던 잡종견 이후에 한동안 우리집에는 개가 없었다. 그러던 참에 동네에 아주 멋진 개가 나타났다. 우체국장님네에서 다 자란 개를 사왔는데, 전형적인 갈색 진돗개였다. 겨울방학이 되어 우체국장님의 둘째 아들인 흥구가 진도에 왔다. 흥구는 그 개를 데리고 동네를 뛰어 돌았다. 교회 앞에서 놀고 있던 내 앞으로 흥구와 개가 다달았다. 나는 “어디보자, 네가 순종인가?”하면서 개 앞발을 쳐들었다. 그 순간 개가… Read More »

[어릴 적에. 40] 두부집 이야기 – 생두부를 잘 먹지 않는 이유

우리집에서 나와 우체국을 지나면 두부집이 나온다. 주인은 1.4후퇴때 피난온 피난민이다. 그집 아저씨는 기억이 없지만 두부를 팔던 아주머니는 생각이 난다. 그 집은 담이 없어서 길에서 바로 마당으로 들어간다. 부엌앞 마당에는 두부를 삶는 큰 솥에서 항상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고, 때로는 두부 뿐만 아니라 찐빵을 쪄서 팔기도 했다. 그리고 막걸리도 팔았다. 큰 통에 넣은 막걸리를 주걱으로 휙휙 저은 다음에 주전자에… Read More »

[어릴 적에. 39] 나짜꼬 아저씨

나짜꼬 아저씨는 둔전저수지에 바짝 붙어 있는 집에 산다. 저수지가에 몇집이 있었는데 가장 둑 가까이 있는 집이었다. 그 아저씨는 키가 매우 작았다. 어린 내가 보아도 키가 작은 아저씨였다. 머리는 둥글고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나짜꼬 아저씨”라고 불렀다. 어느날 나는 저수지 둑아래의 공터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가죽축구공이 탱자가시에 찔려 한번 터진 이후에 안전한 장소로 그 곳을 택했던 것이다.… Read More »

[어릴 적에. 38] 고전읽기 경시대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고전읽기 경시대회가 있었다. 춘향전이나 홍길동전과 같은 소설류,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와 같은 역사책, 공룡이야기와 같은 과학서적, 등 다양한 책들을 읽고 시험을 보는 대회이다. 3학년에서 6학년까지 학년별로 읽는 책을 수준별로 분류하여 읽게 하였다. 책 종류는 해마다 달라졌다. 아마도 이런 대회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독서량을 늘려주는 목적이 컸던 것 같다. 대회는 진도군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가 참여하는데, 단체전과 개인전이 있었다.… Read More »

[어릴 적에. 37] 빨강색 우체통

나에겐 어려서 부터 갖고 싶었던 물건이 있었다. 빨강색 우체통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빨강색 우체통 모양의 저금통”이다. 왜 이것이 그토록 갖고 싶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이 저금통이 그렇게 갖고 싶었다. 성장하면서 갖고 싶은 생각은 사라졌지만 간혹 내 머릿속에서 이 우체통이 떠오른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물건에 대한 집착”이다. 아무튼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나는 문구점에 가면 이 저금통이… Read More »

[어릴 적에. 36] 세종이 아저씨

내가 사는 시골에 간혹 나타나는 아저씨가 있었다. 가수 조용남씨가 쓰는 것과 같은 뿔테안경에(실은 얼굴도 비슷한 느낌이다), 베레모와 비슷한 헌팅캡, 그리고 조끼를 입은 호탕한 아저씨였다. 간혹 시골에 오시면 어린 우리들에게 과자를 사주곤 했다. 우리 아버지를 “형님”이라고 호칭했지만 대화를 할 때면 거의 친구에게 대하는 듯 하였다. 어머니에게는 “형수님, 형수님”하며 잘 대해주었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간혹 술이 취하면 자신이… Read More »

[어릴 적에. 35] 춤바람

언젠가 우리 동네에 화장을 짙게 한 젊은 여자가 등장했다. 양장 차림에 화장까지 짙게 한 모습은 시골에서 사는 사람의 모양은 아니었다. 우리동네 어느 집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사람들을 모집하여 춤을 가르쳐주는 춤선생이었다. 우리집의 안방에서도 교습이 있었다. 마을사람들 7, 8명이 안방으로 들어오고, 모두 방의 가쪽으로 앉아서 춤을 가르치는 것을 지켜본다. 나도 그 사이에 끼어서 열심히 보곤 했다. 지루박, 탱고, 차차차, 등… Read More »

[어릴 적에. 34] 둔전교회

둔전교회(전라남도 진도군 군내면 둔전리 744 소재)는 우리집 앞길 바로 건너 위치한다. 걸어서 10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려서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다니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탄절이나 부활절, 그리고 여름성경학교가 있을 때면 친구들과 함께 둔전교회에 다녔다. 이미 “교회종탑” 이야기에서 둔전교회를 언급한 바 있다. 둔전교회는 우리 마을에서는 비교적 큰 건물이었지만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보잘 것 없는…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