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정기적으로 의학교육 세미나를 시행한다. 이번 학기도 어김없이 “2015학년도 1학기 의학교육세미나“를 진행한다고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좀 짧게 하는 듯 하다. 일정은 아래와 같다.
- 1st 4월 08일 “의과대학에서 교수의 역할” (류철희)
- 2nd 4월 15일 “효과적인 강의법” (송창호)
- 3rd 4월 22일 “강의를 위한 시청각 자료 제작법” (김형태)
- 4th 4월 29일 “의학교육을 위한 임상술기센터의 역할과 이용” (정태오)
모두 4번에 걸쳐 이루어진다. 지난 주에 전화를 받았다. 지금 내 강의에서 사용하는 강의보조자료 중 하나인 “키노트”의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아마도 키노트를 사용하는 교수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윈도우즈환경에서 사용하는 프리젠테이션 툴인 “파워포인드(일명 PPT)”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내용은 단순히 키노트의 제작에 관한 것이 아니다. 짧은 시간동안 교수님들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은 사실 하나이다. “학생중심의 프리젠테이션 툴 제작하기”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는 키노트를 보여줄 것이고,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일부 강의자(대학의 교수를 비롯하여)들 중에는 프리젠테이션 툴을 강의자를 돕는 툴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 만들면 보고 읽기만 하면 된다”라는 식이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프리젠테이션의 중심은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지식이나 내용을 청중이나 학생들은 집중한다. 단순히 화면을 보고 읽어가는 강의는 곧 실패를 의미한다.
화면에 집중시키기 위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화면을 사용하는 것이다. 즉, 보조자료인 셈이다. 강의의 중심은 교수자인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보조자료를 하나도 쓰지 않고 수백명 수천명에게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들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물론 요즈음은 이런 시청각 자료를 사용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나는 내가 강의하는 자료를 일부 보여드릴 생각이고, 이런 생각들을 간단하게 전달하고, 그 다음에는 주로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생각난 김에 적어 두는 것이다. 요즈음 하도 정신이 없어서 이렇게 적어두지 않으면 금새 까먹고 만다.
사실 “좋은 강의”의 정의는 결코 쉽지 않지만 현재 의과대학(또는 의전원)의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좋은 강의가 되기 위한 노력들은 다음과 같다.
- 철저하게 준비한다. 강의의 시작과 진행, 마무리에 대한 총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미리 “강의설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강의설계의 중심은 “학습목표(학습성과)”이어야 한다.
- 이런 진행이 매우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중간에 떠오르는 생각들도 있겠지만 가능한 준비된대로 해야 한다. 방송용 대본처럼. 물론 학생들이 이해를 못하면 예정에 없던 내용들을 추가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것마져도 미리 강의안에 집어 넣을 수 있다면 좋겠다.
- 가능한 전 시간의 강의내용을 리뷰해 주어야 한다. 어쩌다가 한번 있는 강의야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연속되는 강의는 앞전 강의의 내용을 축약해서 알려주면 그 날의 강의가 훨씬 부드럽게 진행된다.
- 프리젠테이션 화면은 가능한 단순해야 한다. 교수자가 보고 읽기 위해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단순하고 학생들이 중요한 부분을 놓지지 않도록 구성해야 한다.
- 애니메이션 기능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멋지게 보이게 하려는 애니메이션은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집중도를 올릴 수 있고, 또한 학생들이 레이저포인터로 가르치는 곳을 놓지지 않도록 적절한 애니메이션을 써야 한다.
- 다음 슬라이드가 무엇인지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사실 강의안 전체의 내용이 내 머릿속에 완전히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다음 슬라이드가 뭐가 나올지 모르는 모습을 교수자가 보여주는 순간 강의의 권위는 추락하고 만다.
- 쉬는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강의도 50분 수업 10분 휴식을 지켜주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만 사용해야만, 학생들에게는 쉬는 시간이 확보되고, 다음 시간에 강의할 교수가 미리 들어와 이것 저것 준비할 시간을 확보해 줄 수 있다.
- 연속되는 강의라고 할지라도 그 날의 강의 매듭이 예상대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질문도 받고 정리를 해줄 수 있다.
- 주어진 시간에만 충실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며 자꾸 보강을 하는 일은 전체 학사 일정과 맞지도 않고,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떨어뜨린다. 정해진 시간에만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을 잘 짜야 한다.
- 진료업무나 학회 등으로 인한 휴강도 피해야 한다. 학회일정은 강의전에 미리 정해지기 때문에 미리 피할 수 있다. 진료도 마찬가지이다. 응급수술이 있는 경우에야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외래진료 때문에 강의시간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 미리미리 예상을 하고 시간표에 들어가야 한다.
그동안 좋은 강의를 위한 글들을 써왔는데 여기에 한꺼번에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