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교수로서,

By | 2020년 8월 30일

이런 시기에 의과대학 교수로서 난 무엇을 해야 할까? 환자진료가 우선인 의사들과 전공의, 의대생까지 동맹휴업 상태이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의사들을 곱게 보질 않는다. 자신과 가족들이 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늘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기저질환까지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지금의 동맹휴업을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 결론내리기 떄문이다.

아무리 “본질을 보라”라고 말해도 그 생각은 바뀌질 않는다. 페이스북에서 느낌이 너무 강하게 온다. ‘김형태 너도 똑같구나. 너도 의사편이구나!’ 이런 느낌을 줍니다. 물론 그런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황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에게 불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 자신들 돌아다 본다.

‘난 의과대학 교수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라고 말이다.

어찌보면 딱 하나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내게 맡겨진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학생들의 행동을 말릴 수 없다. 말릴 명분이 없다. 지금 의대생들이 나선 것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불의한 정책과의 싸움이다. 불의한 정책에 대하여 대항하는 그들을 향해 멈추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의 불의에 대항하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다른 불의가 왔을 때 나는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더구나 지금의 불의는 꼭 의사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불의한 정책들이 사회의 지곳저곳에서 계속 발생하게 되면 그 때에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지금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불의에 항거하지 못한다면 우리사회는 우리가 쟁취한 민주주의는 사라질 것이다. 민주주의를 쟁취한 사람들이 세운 정권이 스스로 민주주의를 버리고 있는데, 그것을 눈감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내일 교수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많이 늦은 감이 있다. 벌써 다른 의과대학들은 교수들이 성명서를 발표해서 분명한 자기입장을 밝혔다. 우리대학도 그래야 한다. 분명하게 교수들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반민주의적 정책에 대하여, 또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한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4 thoughts on “의과대학 교수로서,

  1. 김은영

    교수님
    힘들고 어려운 시간에 서계실 줄 압니다.
    보통의 시민들이 아는 바는 ‘부족한 의사를 10년간 4천명 더 늘리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시민들은 모르는 내용도 있겠죠.
    어떤 날은 의사가 부족해 2명 이상의 환자를 두고 수술을 한다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은 당연히 의료의 질을 걱정하게 되겠지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사안이 왜 문제가 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힘든 때라 더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없는 것 일까요?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함께 고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수는 계속 감소합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심각한 인구부족을 겪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농어촌 인구는 급감할 것입니다.
      현재로 봐서는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처럼 의료접근성이 좋은 나라가 전세계에 어디가 있을까요?
      시골 읍내에도 전문의가 있는 세상이니까요.

      의사수가 부족하다고 뉴스에 나온 것은 일명 기피과 현상 때문입니다.
      나와서 개업할 수 없는 애매한 과들이 있습니다.
      흉부외과가 대표적인 것인 것입니다.
      그러나 심혈관 수술을 위해서는 절대로적으로 필요한 과 입니다.
      따라서 의사들은 이런 기피과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의사 숫자를 늘린다고 기피과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강제해서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 10년이라는 옵션이 지나면…
      도시로 가서 다 일반의 개업을 할 것입니다.
      의전원을 만들면 학부에서 기초과학을 했던 학생들이…
      자신들의 전공과를 살려서 의학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기초의학을 비롯하여 그런 분야에 몇명이나 일하고 있을까요?
      전무한 세상입니다.

      지금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도지사가 추천하고…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학생이 의삭가 된다?
      더 인간적인 애들이 의사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환상에 가까운 이상주의자들이 있습니다.
      1등급만 의대가는 세상은 싫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1등급이 와도 유급하는 의대특성상…. 그 아이들의 미래가 불행할 수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똑똑하다고 하는 애들이 들어와서 하는 말
      “나보다 훨씬 더 똑똑한 천재들이 다 모인 것 같아요” 입니다.
      이 말은 90년대에 의대에 다녔던 현역의사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한 고등학교에서 의대를 한두명 보내냐 못보내냐…..하는 시대입니다.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그런 식으로 학생들 뽑겠다는 것과…
      그들의 미래를 강제해서…. 기피과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고 봅니다.
      그것을 국민들이 왜 인식을 하지 못할까요?
      어찌보면 ‘내 자식도…의대를….. ‘이란 기대를 갖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의대에 온 아이들이 얼마나 노력해서 왔는지…에 대하여 조금만
      들여다 본다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런 사안 이외에 첩약의 급여화는….
      과학적이지 않은 한의학의 정치적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일입니다.
      한의학은 현재로선 절대로 과학이 아닙니다.
      의학은 과학이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한의학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혈관 막히면 한의사에게 갈까요?
      설사만 해도 병원을 찾습니다.

      지금 정부가 밀어부치는 식의 정책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들입니다.
      의대생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민주주의와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응원을 하는 것입니다.
      그냥 의사니깐 의대생편을 든다…가 아닙니다.
      코로나 시대에 의사가 파업하면
      당연히 비난을 넘어 분노와 혐오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아는 젊은 의사들이 왜 파업을 할까요?
      잘못하면 1년 유급해서 다시 다녀야 하고….
      힘든 전공의 과정도 1년 더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젊은 의사들이 일어섰다나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정책이 파쇼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결책은 정부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이 아닌 경우는…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맛대야 합니다.
      저도 지금의 정부를 지지했었습니다만….
      지금 보니깐…그놈이 그놈입니다.
      역시 산으로 들어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이미 산에서 살고 있지만 말입니다.

      슬픈 댓글을 길게 답니다.

      Reply
  2. 김은영

    슬픈 댓글에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의견 잘 알겠습니다.
    건강하게 이 시간 잘 보내십시오.
    긴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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