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아마 타대학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지도학생-지도교수”라는 제도가 있다. 교수에게 학생이 배정된다. 배정이라는 단어가 맞다. 왜냐하면, 학생이나 교수가 서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에서 일괄적으로 배정한다. 물론 현재의 지도학생의 동향(유급이나 군입대, 남녀비율, 재수 삼수 상황, 등)이나 교수의 동향(해외연수, 정년 등)을 고려하여 배정한다.
한 학년 재학생 수보다는 교수 숫자가 더 많기 때문에 6학년(의예과 2년, 의학과 4년)을 감안하면, 교수 한 명당 보통 4~5명 정도의 지도학생이 있다고 보면 된다. 나는 지난 번 지도학생 모임에서 “정년을 6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내년(2023년)에만 한 명을 받고, 그 뒤로는 안받는 것을 생각 중이다. 너희들의 의견을 말해달라.”라고 했었다.
오늘 학과장으로 부터 메일이 왔다.
존경하는 교수님께의학과장 OOO입니다.
학과장으로 부터 온 메일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2023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교수님들께 2023학년도 의예과 신입생(지도학생) 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도학생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배정하고자 합니다.
– 지도학생 없는 신임교수 우선 2명 배정
– 지도학생 4명 이하 교수 우선 배정
– 2년 연속 미배정 없도록 함
– 개인적 사정(예, 정년퇴임, 해외연수 등) 고려 배정지도학생
배정과 관련되어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교수님들의 학생 교육과 지도에 대한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의학과장 OOO/학장 ㅁㅁㅁ 배상
따라서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수고 많으십니다.
나의 답장 메일 내용
저는 2029년 2월에 정년을 합니다.
따라서 지난 해 지도학생 마지막 모임에서…
“정년할 때 지도학생도 함께 끊어지려면….
2023년에만 지도학생을 받고…
그 다음에는 계속 졸업생과 함께 줄어든다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질문을 했는데…
학생들이 답변을 안했습니다.
다른 교수님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다들 생각들이 다르실 것 같습니다.
저는 위에서 학생들에게 이야기한 것을 생각 중입니다.
3월 말에 올해 첫모임을 하는데…재차 확인해 보겠습니다.
따라서 저의 생각대로 한다면…
학생수가 교수수보다 훨씬 적은 상황이긴 하지만..
올해 신입생 한 명을 배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형태 드림
아무튼 지도학생을 받는다고 해도 올해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교수들은 “내가 정년할 때 지도학생들이 있어야지.”라고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지도학생이 줄이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어떤 것이 정답이다”가 아니라, 나로서는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