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어떤 분의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달면서 한번 “대화”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적어 봅니다. 지난번에는 자녀와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성인들사이에서도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스킬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화의 어려움은 “주제”와 “진정성”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주제 선정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서양인들은 흔히 날씨 이야기를 먼저 꺼냅니다. 누구나 나눌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는 것이 날씨 같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날씨 보다는 상대방의 외모를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간혹 성희롱이 될 수도 있는). 물론 상대방의 외모를 보고 “예쁘다”라고 표현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느끼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아침에 직장에서 처음 만나는 동료에게 마땅한 말이 없어서 흔히들 “업무”를 먼저 꺼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장에서는 당연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때론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직장이 아니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계모임이나 회식자리에서, 또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의 만남에서 우리는 무엇을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것이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가지 조심해야 할 것들을 피한다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남(제삼자)의 이야기, 상대방이 숨기고 싶은 과거의 이야기, 상대방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주제들, 정치성향이 짙은 이야기(물론 같은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좋은 주제가 될 수도 있는), 등 피해야 할 것들은 꽤나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피하다 보면 피상적인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떤 공통된 주제를 찾을 수 없는 그럼 모임이라면 그 모임의 필요성이나 존재 자체를 한번 고려해 봐야하지 않을까요? 그런 모임이라면 자신에게 불필요한 모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요즈음 직장 회식이 영화관람이나 음악회관람 등 문화생활에의 접근으로 변화하는 직장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마땅한 주제도 없이 그저 먹고 마시고 떠들다가 귀가할 때의 허무함이 아마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떤 회식은 직원들을 나무라기 위하여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술한잔하면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데,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회식자리가 가시방석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회식을 가지 않을려고 합니다. 또한 회식자리에서도 이야기만 듣다가 오는 셈이지요. 이러니 회식를 마치고 집에 오면 회의감에 싸이게 됩니다.
이런 “주제”의 부재로 말미암아 많은 대화에서는 “진정성”이 빠져버립니다. 그저 건성으로 대화하고, 그저 그 자리를 채우는데 의미를 두게 됩니다. 진정성이라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가 손해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절대로 속마음을 털어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비밀을 이야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진정성있는 대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의 중심에 “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이상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늘 생각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