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고령화가 되어가는 동시에 보수화가 되어 가고 있다. 보수(保守, conservatism)란 “❶ 보전하여 지킴. ❷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이란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러셀이 쓴 런던여행이란 책에서도 보수화되어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80년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독재정치를 끝내자고 외쳤을 때도, 군사정부를 몰아내자고 외쳤을 때도 이상하리만큼 독재자를 옹호하거나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더 많았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다수의 의결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수는 독재를, 진보는 민주화를 선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사회에서도 보수는 “보전하여 지키기”를 선택한 것이다. 요즈음 우리사회의 보수세력은 누구인가? 민주화를 외치며 화염병의 연기속에서 민주화를 외쳤던 바로 그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이 사회의 보수층을 형성하고 있다(물론 젊은 층의 보수도 만만치 않다). 그러면 말 그대로 그들은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단순히 고령화되면 자연스럽게 보수세력들이 되어가는 것일까?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고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고 지키기 위한 몸부림“에서 보수쪽에 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권이 바뀌면 집값이 떨어질까봐서, 정권이 바뀌면 재산이 더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갈까 봐서, 정권이 바뀌면 자신의 기득권이 흔들릴까 봐서는 아닐까?
그들이 두려워 하는 것은 변화와 개혁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것들에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는 것을 막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함이 아닐까?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보수쪽에 서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들이 그동안 누려온 기득권은 결국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불평등한 사회에서 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 더 노력하고 수고해서 자신과 비슷한 위치에 올라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것은 아닐까? (“너희들은 계속 열등하게 살아야 돼!”라고 외치는 것과 같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숨기고, 감추고, 애써 태연한 척 하려고 노력들을 하는 것일까? 무엇이 두려워 자신이 가진것을 창고속에, 금고속에 그렇게 숨기려 하는 것일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보수는 나쁘고, 진보는 좋다라는 것이 아니다. 보수던지 진보던지 사회전체를 바라보는 시각과 균형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것만을 지키기 위하여 보수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