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어릴 적에 ∙ 추억 시리즈 99

[어릴 적에. 90] 충약과 충치약

가끔 마을에 약장수들이 온다. 밤에 횃불(철사에 달린 솜뭉치에 기름을 뭍혀서)을 켜고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간단한 마술에서 춤사위까지 다양한 볼거리이니 사람들이 몰려온다. 어두운 밤에 횃불만이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한참동안 볼거리를 보여 준 후에 드디어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다. “해남에 사는 21살 먹은 처녀가 배가 불러오자 부모들은 임신을 했다고 딸을 쫓아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뱃속에 충이 수십마리 들어 있었다. 충은 이렇게… Read More »

[어릴 적에. 89] 모세미 해수욕장

우리 사회에서 “여가를 즐긴다”라던가 “레저활동”, “휴가”와 같은 용어들이 언제부터 쓰였으며, 또 언제부터 사람들이 그런 제대로 삶을 누리기 시작했을까? 먹고 살기위해서 발버둥치며 살아왔던 우리사회가 지금은 즐기기 위한 사회로 바뀌었다. 시골에 살았던 우리에게 이런 삶의 시작은 바로 “해수욕장”에 가는 것 부터 시작했으리라 본다. 더구나 학교에서 가는 소풍이 아니라 가족단위의 이런 생활이 드물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시골에서는 계모임때 이런 나들이를 많이 가는데… Read More »

[어릴 적에. 88] 전세택시가 논에 빠지다

어느 설날이었다. 3학년때인지 아니면 4학년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여느때와는 달리 설에 택시를 대절했다. 택시업을 하는 삼촌(아마도 5촌인 듯)의 택시를 하루를 빌린 것이다. 당시에 진도에서는 택시가 명절에 폭리를 취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그 돈을 감안해서 비싸게 하루동안 택시를 전세를 냈다. 전세를 낸 이유는 성묘를 위함이었다. 아침일찍 집을 나선 택시는 친가와 외가쪽 산소를 모두 돌았다. 중간에 밥을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Read More »

[어릴 적에. 87] 소풍이 싫어요

봄과 가을, 학교에는 늘 소풍을 간다. 소풍을 가는 것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학교를 떠나 자연에서 보내는 일이 즐겁기도 하거니와,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음식과 과자, 음료수를 먹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게는 소풍이 그리 달갑지 않은 날이다. 소풍은 주로 녹진항(울돌목)아니 도깨불치, 용장산성, 용인리 바닷가 등 거의 정해진 장소들이다. 한시간 가량을 걸어가면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듣는다. 그리고 반별로 다시 모였다가 바로… Read More »

[어릴 적에. 86] 코피를 쏟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학년초에 담임선생님의 군입대로 말미암아 교감선생님이 담임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이 이야기 “교감선생님과 교감신경계“를 쓴 바 있다). 교감선생님이 담임을 맡았지만 아무래도 학생들은 통제를 어느정도 벗어난 상태였다. 어느날 수업이 끝나고 청소를 할 때였다(1학년때는 고학년 형들과 누나들이 와서 해주지만 2학년 때 부터는 학생들이 직접 청소를 한다). 청소는 먼저 책걸상을 뒷쪽으로 밀쳐놓고 앞부분을 청소한 후에 다시 책걸상을 앞쪽으로 밀어놓고 교실… Read More »

[어릴 적에. 85] 만화를 섭렵하다

4학년 겨울방학으로 기억한다. 그 겨울방학에도 어김없이 할아버지집에 갔다. 거기에서 일주일 가량 머물렀다. 할아버지댁 방안에는 한쪽에 고구마가 싸여있다. 어느 겨울에나 그렇다. 방안에서는 황토냄새가 풍긴다. 고구마에 묻은 황토의 냄새가 방안 가득하다. 고구마는 옥수수대로 엮은 울타리를 만들어 방의 윗목 한모퉁에서 보관한다. 밖에 두면 얼었다 녹으면서 빨리 썩기 때문에 방안에 보관하는 것이다. 겨울방학 중 일주일은 늘 그렇게 할아버지집에서 놀곤 했다. 긴 겨울,… Read More »

[어릴 적에. 84] 도룡뇽 알 죽이기

초등학교 1학년 여름, 난 학교의 수돗가가 아닌 큰 절로 올라가는 길목입구에 있는 우물(“윤시평 선생님” 이야기에서 잠깐 나오는)에서 물을 마신 적이 있다. 두레박으로 물을 길러서 시원하게 마신 후에 훤히 들여다 보이는 우물의 돌에는 이끼가 끼어 있었다.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저런 이끼가 낀 우물의 물은 깨끗할까?”라고 말이다. 학교의 수돗가는 시멘트로 만들어져 꼭지를 틀면 나오도록 되어 있는데, 이렇게 두레박을 써야 하는… Read More »

[어릴 적에. 83] TV 보기

내가 장언리에서 살 때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따라서 TV나 냉장고가 있을 수가 없었다. TV는 읍내에 가면 이모집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2, 3학년 때 쯤 금골리 옆에 안농리에 TV가 나타났다. 월남전에 파병된 군인들이 귀국하면서 사온 TV들이었다. 전기가 없었기 때문에 경운기 배터리를 연결해서 사용했다. 충전은 낮게 경운기에서 하고, 밤에는 TV와 연결해서 TV를 보았다. 그런데 그 TV시청이 공짜가 아니었다.… Read More »

[어릴 적에. 82] 라면땅과 뽀빠이

라면을 즐겨먹던 나에게 새로운 과자가 나타났다. 바로 “라면땅“이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라면제조 과정에서 나온 부스러기를 튀겨서 팔았는지 알 수는 없다. 당시에는 그냥 부스러기를 모아서 튀긴 것이라 생각했었다. 생라면을 먹어도 맛있던 시절에 그것을 튀겨서 팔았으니 얼마나 맛있었을까? 그 뒤로 “뽀빠이“가 나온 것 같다. 그 뒤로 나온 것이 “자야”가 아니었을까? 라면땅과 뽀빠이, 이 두가지 과자가 언제 나왔는지는 확실히 알지… Read More »

[어릴 적에. 81] 라면

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라면을 좋아했다. 예나 지금이나 라면은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다. 가끔 먹는 라면은 그야말로 인간이 만든 음식 중 가장 맛있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라면의 원조는 “삼양라면”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서 라면을 1박스를 사오셨다. 라면을 박스로 사서 먹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라고 기억된다. 그날 큰누나, 작은누나, 여동생 그리고 나, 모두 넷이서 라면을 6개 끓였다. 여동생만 빼고 모두…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