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 2주 전에 녹음해놓았던 신경해부학 첫시간의 오디오 파일을 며칠 전부터 편집을 하고, 오늘 영상을 만들어서 붙여서 동영상 파일로 만들었다. 이번주 화요일에 있을 “신경해부학” 제1장 총론 수업이다. 총론에서 신경해부학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만, 그것이 내 의도대로 전달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제 바닥핵(기저핵, basal ganglia) 강의만 2시간을 하면 이번 학기의 수업이 끝난다. 지금까지 만든 동영상 강의는 다음과 같다.
- 인체해부학 – 총론 2시간
- 인체해부학 – 다리 8시간
- 인체해부학 – 배 10시간
- 인체해부학실습 – 1시간
- 의학연구영역2 – 2시간 (조직학연구, 중개연구)
- 조직학 – 소화계통 6시간
- 신경해부학 – 총론 2시간
- 신경해부학 – 바닥핵 2시간* (7월 두번째 주에 강의 예정)
일반대학 교수들이 보면, “몇시간 안되는 강의를 가지고 무슨 엄살이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과대학의 특성상 많은 강의를 하는 교수에 속한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기존의 강의실에서 하는 강의안을 동영상 강의에 맞도록 수많은 애니메이션 기법을 넣었다. 따라서 이기 만들어진 키노트를 고치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녹음된 오디오 파일은 최대한 편집하여 시간을 줄였다. 문장과 문장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에 생기는 딜레이도 모두 편집하여 잘라냈다. 따라서 시간을 최대한 줄여서 만들었다. (참고로, 50분짜리 수업은 동영상 수업에서 최소 25분은 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가능한 30분 전후로 만들었는데, 일부 강의는 편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50분 가량 되는 수업도 있다.
동영상 강의를 만드는 방법에서도 처음 동영상을 만들던 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상황들을 적어두려고 한다. 동영상 제작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오디오 파일을 만드는 “녹음과정“이다.Logic Pro X로 녹음을 한다. 처음에는 Apogee의 Mic 96k라는 USB 마이크로 녹음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평소에 강의실에서 사용하는 헤드셋 마이크(AKG SR40)로 녹음했다. 헤드셋을 사용하면 두 손이 자유로워서 화면을 넘기거나 콘트롤러를 사용하기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일부는 컨센서 마이크인 Lewitt의 “440 PURE“를 사용했다. 1학기 수업이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이 세 마이크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마이크를 구입할까 고민 중이다(글보기). 아무튼 최근에 그동안 방치하고 있던 프리앰프까지 다시 꺼내왔다. 녹음을 잘 해보려는 마음에서이다. 누가 알아주던지 말던지 상관은 없다. 내 스스로 동영상 강의제작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는 마음에서이다. 따라서 새로운 오디오인터페이스도 구입했다(글보기). 따라서 여기에 걸맞는 마이크를 찾고 있는 셈이다.
오디오파일은 Logic Pro X로 편집을 한다. 앞서 말한대로 문장과 문장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를 모두 편집해서 잘라낸다. 중간에 숨소리도 가능한 잘라낸다. 사실 이 시간이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강의실에서는 문장과 문장 사이가 교감을 나누는 시간이 되는데, 동영상 강의는 지루해진다. 따라서 학생들은 1.2~1.4배속으로 강의를 듣는다고 한다. 어찌보면, 내 강의는 정상속도에서 듣게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아무튼 오디오 편집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다. 1시간을 녹음해서 25~30분까지로 만드는데 보통 5~8시간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이틀 정도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옛날처럼 빠르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크다.
두번째 단계는 “영상캡쳐“이다. ‘영상을 만든다’라고 하지 않고 ‘영상을 캡쳐한다’라고 표현하였다. 이유는 이미 애니메이션 기법을 많이 사용하여 키노트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그것을 프리젠테이션하면서 화면을 통채로 캡쳐하는 것이다. 캡쳐하는 앱은 “OBS Studio”이다. 이 앱은 유튜브 생중계를 위한 툴이다. 그런데 영상캡쳐도 된다. 처음 동영상 강의를 만들 때에는 유료 앱인 Movavi를 사용했다. 그런데 Movavi는 유료 앱에 걸맞지 않게 사용이 불편하였다. 따라서 과감히 버리고 OBS Studio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무난하게 사용중이다.
따라서 키노트를 프리젠테이션하면서 화면을 통채로 캡쳐하는 영상이 만들어지는데, 문제는 오디오가 곧바고 캡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하려면 “loop back”이라는 기능이 되는 오디오인터페이스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MOTU M2라는 오디오인터페이스를 주문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한 달 이상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그보다 4배가 비싼 Apollo Twin X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기기는 loop back 기능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영상 따로, 오디오 따로 만드는 것이다.
세번째 단계는 캡쳐된 영상과 편집된 오디오를 붙이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iMovie에서 한다. iMovie는 Apple 제품을 사면 무료로 주는 앱이다. 물론 이것은 아마추어 앱이다. 프로들은 Final Cut Pro를 사용한다. 영상이나 오디오의 채널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iMovie는 영상 2채널, 오디오 2채널만 지원한다. 그런데 내가 만드는 강의 동영상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iMovie에는 오디오와 영상이 약간이 틀어져서 이것을 일일히 맞추는 작업을 해야 하다. 강의당 4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단계만 끝나면 하나의 동영상 파일로 exporting하면 끝이다.
네번째 단계는 완성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올릴 때에는 “일부공개”라는 제한을 해둔다. 그러면 링크를 아는 사람만 볼 수 있다. 그리고 링크를 대학의 LMS 시스템에 올리면 된다.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부터 볼 수 있고, 대개는 1주일간 공개한 후 닫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강의는 학생들이 따로 영상캡쳐를 해놓는다. 다시 보지 못하면서도 불안하니 그렇게 백업을 해두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동영상 강의하 하나씩 만들어졌다.
처음 강의는 키노트 비율이었던 4:3 화면에서 지금은 와이드 화면 (16:9)으로 제작되고 있다. 2학기에는 모두 와이드로 다시 만들 계획이다. 또한, 처음에 영상을 만들때에는 대면강의를 하는 것과 같은 목소리로 녹음이 되었다. 그러나 갈수록 나레이션 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비대면수업이라도 대면강의식으로 하는 것이 전달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한 것인데, 생각해 보니 영상을 보고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나레이션식으로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부분은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보려고 생각 중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도중에 오늘 완성된 “신경해부학 제1장 총론”의 동영상 강의를 유튜브에 올리고, 해부학교실 교수 5명에게 동영상을 공개했다. 총론이기 때문에 각론을 배우기 전에 꼭 총론에서 다루어야 할 부분에 대한 혹시 누락된 부분이나 추가 사항이 있으면 조언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다.
아무튼 코로나 시대에 맞게 교수인 내 자신도 변해가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동영상강의 이야기” 시리즈로 쓴 글은 모두 12개이며 아래와 같다.